고용절벽 정책실패 인정해야…책임없는 경제 시험 정치 막내려야
국회 예산심사 '전쟁' 중 유례없이 장수를 교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9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투톱'을 동시에 바꿨다.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최저임금,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엇박자는 표면적일일 것이다. 속으론 '고용참사'에 대한 여론 부담이다. 다분히 문책성이 강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이 동시 경질됐다. '김&장'이란 조합의 퇴장이다. 새롭게 등장한 라인이 '홈&김'이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를 책임질 인물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에 홍남기, 청와대 정책실장에 김수현 사회수석이 발탁됐다.

홍남기 부총리 내정자도, 김수현 정책실장도 모두 민생경제를 챙기겠다고 했다. 어려운 상황 타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홍 부총리 후보자도 김수현 실장도 '불임 경제'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께름칙하다. 실패한 인사에 대한 바로잡음이 아니라 오기로 비춰진다.  

'김&장'과의 불협화음은 사그러 들었는지 몰라도 변별점은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변별점은커녕 더욱 공고화된 성을 쌓는 느낌이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홍 후보자는 "경제 펀더멘탈은 튼튼하다. 위기나 침체는 아니다", 김 실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분리할 수 없는 묶인 패키지"라고 했다. 이건 그동안 자리를 지키다 떠난 누군가의 레크드판 아닌가.

문재인 정부가 새 경제팀을 내세우면서 강조한 것이 경제 '원톱'이다. 묘한 뉘앙스가 풍긴다. 홍남기 부총리나 김 실장 역시 경제 원톱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김 정책실장의 발언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신념이나 마찬가지인 '소득, 혁신, 공정'을 총괄하겠다고 하는 '아바타'의 기운이 느껴진다. '김&장 시즌2'가 떠오른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발탁되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정책실장으로 승진했다. 사진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오른쪽)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5월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 시작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자리 정부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8개월째 10만 명 대 이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지 않다. 통계를 바꿔도 현실적 지표는 부인할 수 없다. '질'이 나빠지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 7월 5000명(작년 동기 대비), 8월 3000명에 그쳤다. 9월 4만5000명으로 소폭 회복했으나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작년만 해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월평균 31만6000명에 달했다. 정부가 닦달하고 억지로 만든 일자리도 포함된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아예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부진이 지속된 데다 작년 취업자 수 증가폭이 28만1000명에 달했던 기저효과까지 있어서다. 10월뿐만 아니라 연말까지 취업자 수가 매달 평균 2만1000명씩 감소할 것이란 게 KDI의 예측이다. 김동연 부총리도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올해 고용 전망(18만 명) 달성은 쉽지 않다. 일자리 문제는 단기간 해결하기 어렵다"고 시인했다.

국내외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 신호음을 보내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고용·투자·생산·소비가 모두 얼어붙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낮췄고, 내년은 더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는 지금 시험실에 갇힌 쥐 신세다. 구조적·대외적인 문제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상수다.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소득주도 성장을 1년 반 동안 밀어붙이며 경제를 더욱 만신창이로 만들었다는 게 대부분 주류 경제학자들의 평가다.

불화설을 봉합하던 청와대가 결국 직접 '김&장'을 교체했다. 문제는 바뀐 경제 컨트롤타워가 변함없이 '역주행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고수하겠다고 하는 점이다. 아니 되레 거칠게 몰아붙일 태세다. 패키지 운운하는 정책실장이나 현 경제 상황이 위기가 아니며 소득주도 성장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홍 부총리 후보자는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한 인사인지를 되묻게 한다.

시장은 정부의 나팔수 '판박이 놀음'에 혹시나 했던 신뢰감마저 무너졌다. 의문부호만 커지고 있다. 노동 유연화, 규제 개혁 등을 통해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일자리 정부의 부활을 기대했지만 역시 나다. 외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편집증만 확인했다.

한국경제 위기론은 국내 최저임금인상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의 한숨소리만이 아니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었다고 일자리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세우고 있다. 고용보험 수급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반쪽해석은 가짜뉴스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비규정직을 실업자로 내몰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화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비정규직을 잘라야 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변명. 정말 눈물겹다. 시장은 울고 있는데 눈물을 닦아 줘야할 정부는 수건을 빼앗는다. 그것이 공정이고 정의인양.    

첫 단추가 잘못 꿰지며 처음부터 다시 꿰어야 한다. 잘못된 진단에서 나온 처방약은 아무리 좋은 성분을 함유해도 효과가 없다. "경제 위기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해불가다. 때를 높치면 백약이 무효다.

경제 사령탑을 바꾼 위기의식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 예산정국에서 경제 사령탑을 교체하는 건 비상사건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 정부의 '경제 실정 덮기' 코드인사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 된다. 사방에서 울리는 경보음을 제대로 듣기 바란다.

청와대의 경제 홍위병이 되기에는 현실 경제의 위기감이 심상치 않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소득주도성장, 부의 공평한 분배를 도모하는 공정경제, 친노동 정책에 대한 비상등이 울리고 있다. 시험대에 올랐다. 더 이상 '김&장 시즌 2'이거나 정부 힘 실어주기 인사로 낙인 찍혀선 안 된다.

한국경제에 대한 국내외의 뼈아픈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경제팀의 교체는 불협화음을 넘어 이 나라 경제를 제대로 이끌어 가라는 국민의 외침이다. 국민이 아프다. 잘못된 정책 홍보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처방전을 내려야 한다. 한가하게 '위기론'을 변명할 때가 아니다.

'소득주도성장 시즌 2'가 되어선 안 된다. '원팀'은 자기 해석을 전제로 견제 없는 일방독주가 아니다. 소신과 책임이 먼저라는 얘기다. 그래서 위기 아니라는 '홍&김'의 인식이 위기다. 경제는 이념이 아니다. 경제의 정치화를 걷어내야 한다. 기업·성장 없는 일자리의 시험은 1년 6개월로 충분했다. 그리고 많이 아팠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