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가 내달 중 국내 기업인 100명과 함께 방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대기업 총수로도 모자라 중견 기업인들에게까지 굴욕을 강요하려는 것인가”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동북아평화협력특위는 기업인 100여명을 포함해 특위 소속 의원 25명과 취재진 등 150명 규모의 방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은 내달 7일부터 9일까지, 2박 3일 정도로 구상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문제와 관련해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의 진전 없이 일방적인 남북경협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무산과 2차 북미정상회담 연기 등을 이유로 들어 민주당 측의 구상에 날을 세웠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여당이 곧 기업인 100명이 포함된 대규모 방북을 추진한다고 한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해 경협 의제를 사전에 점검하겠다는 명목”이라며 “냉면 한그릇 먹는 대가로 얼마나 부담되는 청구서를 받아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윤 수석대변인은 “정부 눈치 보고, 세컨더리 보이콧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상식을 벗어난 더 큰 고통과 굴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청와대와 여당은 남북관계 과속질주를 그만둬야 한다. 기업인을 과속차량에 강제 탑승시키는 무분별한 행동도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통계청장은 이미 작년 2분기에 경기 정점을 지났다고 진단하고 있다. 앞으로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는 뜻”이라며 “고용은 마이너스, 투자는 지지부진, 소비는 절벽인데 최일선에서 경제 살리기에 분투하고 있는 기업인들을 징용하듯 북으로 끌고 가려는 청와대와 여당의 귀에는 제발 좀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윤 수석대변인은 “북핵이 폐기되고, 북한의 법과 제도가 정비돼 투자 여건이 확립된다면 하지 말라고 해도 기업들이 남북경협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어떤 경협사업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더 이상 기업들을 괴롭히지 말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인들이 있어야 할 곳이 평양 옥류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치열한 산업현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 평양에서 개최된 3차 남북정상회담 참석차 북한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왼쪽부터),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회장./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