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1심 선고 공판 진행…재판 핵심 쟁점 '임대주택사업 비리' 무죄 선고
'4300억대 배임·횡령 혐의' 꼬리표도 떼…11개 공소 사항 중 6개 혐의 무죄 인정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서민의 보금자리인 임대주택으로 꼼수를 부렸다는 누명을 벗었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횡령·배임 등으로 기소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1심 선고 공판이 진행된 가운데, 법원이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던 임대주택사업 비리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서민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려 이 회장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도 충분치 못했다는게 법원의 판단이다.

   
▲ 지난 13일 이중근 부영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이 회장이 표준건축비(국토교통부 고시 건축비 상한선)를 기준으로 분양 전환 가격을 부풀려 서민 임대아파트 2만여 가구를 불법 분양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실제 투입된 건축비가 표준건축비를 밑도는지 여부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 이 회장에게 '43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도 이 임대주택사업 비리 혐의에서 비롯됐다. 

임대주택이 공공사업이기 때문에, 임대주택 가격을 원가인 실제 건축비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게 검찰의 논리였다. 표준건축비와 실제건축비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고, 이를 그동안 부영이 공급한 임대주택 규모에 대입하다 보니 430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가 나오게 된 것이다. 

검찰은 2011년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입주민들이 LH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공공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가격의 건축비는 표준건축비를 상한으로 하고 실제 건축비를 분양 전환 가격으로 해야 한다”고 판시한 점을 근거로 이 회장에 임대주택 분양 대금 폭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판결은 LH에 국한될 뿐 민간공공임대사업자는 대상이 아니라는 게 그동안 검찰의 주장에 맞선 부영그룹의 논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민간공공임대사업자와 공공임대사업자인 LH는 임대주택 분양가 산정 방식이 전혀 다르다. 

민간공공임대사업자인 부영의 경우, 임대주택 분양가 산정시 지방자치단체의 승인 과정을 거친다. 표준건축비를 상한선으로 두고 그 안에서 적정한 수준의 가격을 산정해 제출하면, 지차제가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 뒤 허가를 내주는 식이다. 반면 공공임대사업자인 LH는 지자체의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이날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 회장의 11건의 공소 사항 가운데 5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임대주택사업 비리 등 혐의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만큼 유죄로 인정되는 횡령액 역시 4300억원에서 520억원으로 8분의 1수준으로 낮췄다.

더불어 이 회장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 구속도 하지 않기로 했다. 병보석을 취소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1985년부터 현재까지 약 20만호의 임대주택을 건설해 정부의 서민 주거생활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정책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 화성향남 사랑으로 부영 6단지(임대단지) 전경./사진=부영그룹


일각에서는 민간임대주택사업의 한축을 담당하던 부영그룹이 법정 공방에 시달리면서 애꿎은 서민들의 피해만 늘어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영은 민간임대사업을 기업의 핵심 동력 삼아 성장해 온 기업”이라며 “하지만 이번 법정공방으로 대내외 신뢰도 하락 등으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민간임대주택 공급 활성화에 나름의 공을 세웠다고 볼 수 있는 부영이 위축돼 공급에 차질이 생기게 되면 오히려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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