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한 달 반 만에 배럴당 20달러 가까이 급락
공급 과잉·달러 강세·산유국 감산 여력 부족 등 지적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던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의지 표명에도 급락, OPEC의 영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미 서부 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전날 배럴당 각각 65.5달러·5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3일 대비 각각 20달러 이상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 역시 14.8달러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WTI와 브렌트유가 각각 1.0% 반등했지만, 그간 이어진 하락세를 만회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유가의 급격한 하락세가 발생한 원인으로는 △공급 과잉 △달러 강세 △수요 정체 △산유국 감산 여력 부족 등이 꼽힌다.

우선 사우디의 감산이 실제로 이뤄진다 해도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전 세계 일일 평균 원유생산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60만배럴 늘어난 1억70만배럴인 반면, 사우디는 50만배럴을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산유국들이 여기에 동참해 총 140만배럴의 감산에 성공한다 해도 11월 둘째주 미국 내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880만배럴 가량 늘어났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 타이트오일 생산량도 늘어나고 있어 가시적인 공급 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평가된다.

   
▲ 국제유가 추이/자료=오피넷


이달말 OPEC 회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압박을 넣은 것도 언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OPEC이 또 그 짓(감산)을 하려고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데 이어 지난 12일(현지시각)에도 "유가는 공급을 토대로 더욱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엔·파운드·캐나다 달러·스웨덴 크로네·스위스 프랑) 대비 미 달러화 가치인 달러인덱스(DXY)가 지난달 초 대비 3.3% 가량 높아진 것도 국제유가 하락에 불을 지폈다. 국제유가는 달러화로 표시된다는 점에서 DXY의 상승은 명목 가격의 하락을 야기한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원유 수요가 정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산유국들이 재정난을 비롯한 이유로 감산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도 국제유가 반등을 저해하고 있다. 감산을 하면 가격이 상승하지만 미국의 시장점유율이 확대, 판매량이 줄어 재정수지 개선에 어려움이 생긴다. 산유국들이 국제유가 하락을 막겠다고 했지만 예상 감산량이 적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을 비롯한 이슈가 발생하면 '이번에는 100달러를 돌파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지만 정치·경제·과학적 이유로 인해 그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유가가 이처럼 떨어진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당시에는 타이트 오일의 본격적 등장 등으로 공급과잉 논란이 불거지면서 가격이 추락했다. 타이트 오일은 셰일 층에서 추출해낸 원유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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