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해소? ... "외국인 ISD 제기 가능성으로 안심 못해"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변경이 '고의성'을 지닌 분식회계로 결론 내려지면서, 그 파장이 바이오 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동시에 미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할 가능성이 제기돼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 규모가 회계상 4조 5000억원에 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용범 금융위 증선위원장은 지난 14일 “금감원이 제시한 증거 자료와 당시 회사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삼성바이오는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감리 안건 논의를 위한 증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질문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갑자기 에피스 가치를 장부가액이 아닌 시장가치로 매겨 결과적으로 2조 7000억원의 평가이익을 장부에 반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같은 방식의 회계처리는 기업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는 게 증선위 설명이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의 해임을 권고하고 삼성바이오에 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고의 분식회계 건으로 '검찰 고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는 이미 지난 7월에도 ‘고의 공시 누락’ 건으로 검찰에 고발된바 있고 증선위가 물린 과징금 80억원은 역대 최대 규모로 화제가 됐다.

한편 검찰 고발을 당한 삼성바이오 주식은 오늘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앞으로 15일 안에 상장적격성 심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만약 대상이면 20일 내 상장폐지 여부를 가린다. 결국 삼성바이오 주식은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심사가 끝날 때까지 최장 35일간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이번 상황이 ‘상장폐지’로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의견이 많다.

삼성바이오의 경우 코스피 기준 시가총액 5위권의 큰 기업인 만큼, 계속기업 가치에는 문제가 없어 상장적격성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거래는 보름 후 재개된다.

문제는 이번 분식회계 건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ISD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삼성바이오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9.09%에 달하며다. 시가로 따지면 2조원도 넘어간다. 거래소와 금융위는 삼성바이오 상장 신청 당시 분식회계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까지 고쳐가며 상장을 적극 도왔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부분에서 ‘한국 정부’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낮지 않다.

이미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이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바람에 7700만달러(약 873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ISD를 제기했다. 삼성바이오의 기업 가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통합 당시 합병 비율 산정의 중요한 항목이었다.

삼성바이오의 이번 사안은 엘리엇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한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삼성바이오 사태에 대해 “당국의 판단에는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묵직한 충격'이 시장에 전해질 것”이라며 “특히 최근 외국계 투자자들이 ISD를 적극 제기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번 건이 새로운 전개로 연결되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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