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이 불과 2주 남짓 남았지만 여야 대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앞서 국회 일정 보이콧까지 선언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자신들이 제시한 국회 정상화 조건에 더불어민주당이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는다고 성토한다.

지난 15일 여야는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무쟁점 민생법안 90여 건을 처리하려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본회의가 열리기 전 여야는 비공개 회동을 열고 관련 논의를 이어갔지만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민주당은 청와대 출장소”라고 지적했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변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이처럼 날을 세우게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하면서부터다. 협치의 여지를 보인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가동된 지 5일 만에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는 게 야당 측 반발 이유다. 이에 문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조국 민정수석의 해임까지 요구하고 나선 상황.

김성태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말로는 7대 인사배제 원칙으로 정의롭고 공정한 정권이라며 실컷 광을 팔아먹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4년 6개월 동안 국회의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게 9명이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1년 6개월 만에 임명 강행한 것만 10명”이라고 꼬집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입법부는 대통령이 내정한 인사에 대해 국민의 뜻을 가지고 ‘이 사람’을 청문하라는 것”이라며 “적격자가 아닌데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것처럼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게 어딨나. 파쇼적 국정 운영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납득 가능한 인사검증 기준을 다시 만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생색내고 청와대는 하나마나한 인사기준을 면죄부 기준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한국당과 궤를 같이했다.

뿐만 아니라 야당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고용세습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의 필요성도 꾸준히 피력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부정채용, 고용세습이 만연한 마당에 민주당이 국정조사에 미적거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문 대통령이 선심 쓰듯 떠벌린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적나라한 실체라도 드러날까 봐 두려운 것인지, 여전히 국민적 공분이 살아있는 심각한 사회적 범죄를 덮어가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달리 국정조사만 수용하면 다시금 예산안 처리를 위해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전 (원내대표 회동에서) 대통령 해외 순방 중인 만큼 조 수석의 해임이나 (임명 강행) 사과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우선 국정조사만이라도 수용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국정조사를 수용하면 시기는 정기국회 이후로 할수도 있다고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국정조사가 우선 수용되면 정상적 국회일정 참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김관영 원내대표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장 받을 수 있는 것은 권한 범위 내에 있는 국정조사”라며 “민주당이 이성적으로 판단 하기를 바란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편, 급랭한 정국 가운데 16일 저녁 여야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부부동반 만찬에 참여한다. 친목 모임 성격 회동이지만 현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정국 해소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 좌로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바른미래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