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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돈 낸 기업 법정 안세운다?"…삼류 정치 언제까지
농해수위 위원들, 기업인들에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 출연 요청
기금으로 농어촌 돕는 데 한계 있어…경쟁력 갖추는 게 먼저여야
승인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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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11-18 13: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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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정치권의 '기업 괴롭히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이 삼성전자, 현대차, SK, 롯데 등 15개 대기업과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 관계자 40여명을 불러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 출연을 요청했다. 이 자리가 '기업 팔 비틀기'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농해수위 위원들은 기금 출연 요청이 독려나 강제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기금 조성은) 법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기업과 농민이 상생하자는 자율적인 의미다", "강제성은 없다", "기업이 나서줘야 한다" 등 온갖 회유의 말이 나왔지만 그중 백미는 "이 기금을 내고 정권이 바뀌어도 재판정에는 절대 세우지 않겠다는 확신을 드릴 테니 적극 도와달라"는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의 발언이다. 이 말을 들은 주변 대기업 관계자들은 멋쩍게 웃었다고 한다.

당초 해당 기금은 지난해 3월 한미, 한중 FTA 체결로 타격을 입는 농촌을 돕자는 취지에서 조성됐다. 당시 국회와 정부는 민간기업과 공기업으로부터 1년에 1000억 원씩 10년 동안 기부를 받아 총 1조 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달 기준으로 1500억 원이 모였어야 했지만 현재 475억 원 가량 조성된 상태다. 그리고 기업인들이 부족한 금액을 메워 주십사 하는 마음에 이 '문제의 자리'가 마련된 거다. 

그러나 어떤 이유가 됐든 정부나 국회가 민간기업에 기부를 강요할 경우, 제2의 미르·K스포츠 재단 사태가 되풀이될 여지가 다분하다. 안 그래도 불확실성이 높은 지금의 환경에서 누굴 믿고 기부를 하겠는가. 박근혜 정부의 요청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했다가 뇌물죄 혐의로 기소당한 기업인들의 악몽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 건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정에 설 수도 있을' 기부를 강요한 국회의원들의 행보는 이기적이다.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면서 기부를 요구한 건 엄연한 실언이고 허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로 인해 삼성과 롯데가 치른, 그리고 앞으로 치러야 할 기회비용의 엄중함을 안다면 그 자리에서 재판정을 운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가당찮은 발언이 '자유'를 내건 정당 소속 의원 입에서 나왔으니 대한민국 정치가 삼류를 면치 못하는 거다.

   
▲ 2016년 12월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이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 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농어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 대다수인 농해수위는 다른 상임위에 비해 '정쟁'이 적다. 농어촌을 도와야 한다는 한 마음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지원으로 농어촌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 FTA 체결로 수입산 농산물이 유입돼 우리 농어촌이 피해를 입었다면,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먼저지 다른 사람 돈으로 손해를 메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수입산 제품과 경쟁을 해 이기는 것이 먼저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는 농민이 승자인 거고, 그것이 우리 농산품의 경쟁력을 살리는 길이다. 물론 이 같은 대책은 인기와는 거리가 멀다. 인기는커녕 뭇매를 맞지 않으면 다행이다. 때문에 대다수의 의원들이 "우리 어려운 농민들을 도와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 대체 언제까지 포퓰리즘으로 연명할 작정인지 궁금할 정도다.

'언제까지나' 기금을 통해 농민들을 도와주겠다는 달콤한 속삭임은 그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농어촌의 발전을 원한다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훌륭한 농산품을 생산하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우리 기업도 그렇게 성장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기업에 할 수 있는 일이 왜 기부금 강요 뿐인 걸까. 대한민국의 자랑인 기업에 박수를 쳐주기는커녕 '돈 많이 벌었으니 어려운 농민을 도우라'는 사회주의식 발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옳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이 옳은 말을 해야 할 정당은 기업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자유한국당이다. 농어민 당신들이 살 수 있는 길은 경쟁을 해서 이기는 것이라고, 여러분은 할 수 있다고 희망을 줘야 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대안은커녕 인기영합에 편승해 더한 말을 하고 있으니 희망이 없다. 그저 이런 나라에서 기업을 이끌어야 할 기업인들에게 부디 행운이 따르길 바랄 뿐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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