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취지 살리려면 정규직 '경직성' 완화해야"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로 정규직은 늘었지만, 기간제·파견직이 많은 사업장은 고용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규제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증가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정규직 고용의 '경직성' 완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언했다.

 박우람·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19일 발표한 KDI 정책포럼 '비정규직 사용 규제가 기업의 고용 결정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비정규직법 내용 중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 등으로 전환하도록 한 '사용 제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고용 영향을 측정한 것으로, 사업체 패널조사 1∼4차 연도(2005∼2011년) 자료를 사용했다.

분석 결과 법 시행 이전에 기간제·파견 노동자 비중이 높은 사업체일수록 법 시행 뒤 고용 규모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제·파견 노동자 비중이 10%포인트 높으면 법시행 후 전체 고용 규모가 약 3.2% 줄었다.

기간제·파견 노동자 비중이 10%포인트 높은 사업장은 정규직 고용 규모가 약 11.5%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와 동시에 사용 기간 제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용역·도급 등 기타 비정규직의 고용은 10.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규제가 법 적용을 받지 않는 다른 비정규직 비중을 늘리는 일종의 '풍선효과'를 냈다는 것.

규제의 풍선효과는 사업장에 노동조합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정규직보다 기타 비정규직의 증가가 주로 관찰됐고, 무노조 사업장은 정규직 증가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근로조건 변경이 어렵다고 느끼는 기업일수록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소극적이었다.

KDI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남용에 대한 규제와 함께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유연화하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규제가 법 적용 대상이 아닌 용역·도급직을 늘려 법의 보호를 받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노동 유연성 개념을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으로 확장해 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고용 안정성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 유연성을 균형 있게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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