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올해도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요건을 갖췄지만 FA 신청을 하지 않은 선수들이 꽤 나왔다. 20일 KBO 발표에 따르면 2019년 FA 자격자 22명 중 15명만 신청하고 7명이 신청하지 않았다.

두산 투수 장원준, 삼성 투수 장원삼과 외야수 박한이, 내야수 손주인, 롯데 투수 이명우, KIA 투수 임창용, kt 내야수 박기혁이 미신청 선수들이다. 지난 2013년 10명의 FA 미신청자가 나온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이번 FA 시장에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많이 있었다. 몇몇 대형 FA 계약으로 인해 최근 수 년간 몸값 거품 논란이 일었고, 10개 구단들은 FA 계약 상한제 도입을 시도하다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FA 미신청 선수들의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일단 30대 중후반 또는 40대의 나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내년에 만 43세가 되는 임창용이 최고령이고 박한이도 만 40세가 된다. 장원준이 내년 만 34세로 이들 중 가장 나이가 적다. 즉, FA가 됐다고 해서 좋은 조건으로 장기계약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 FA 자격을 갖추고도 신청을 하지 않은 박한이, 임창용, 장원삼, 장원준(좌측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각 소속 구단


현역 은퇴와 함께 kt 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한 박기혁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계속 현역으로 뛰기를 희망한다.

6명의 현역 연장 의지는 다 비슷하지만 처해 있는 상황에는 차이가 있다.

임창용과 장원삼은 FA가 됐지만 원소속팀 KIA, 삼성에서 이미 전력외 선수로 분류돼 방출된 상태다. 즉 다른 FA들과 달리 다른 팀에서 이들을 데려가도 보상을 해줄 필요가 없다. 선수의 요청을 구단이 받아줘 보다 자유롭게 원하는 팀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셈. 장원삼은 LG와 거의 계약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임창용은 관심을 보이는 팀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장원준, 박한이, 손주인, 이명우는 FA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현 소속팀과 재계약 의지를 표현했다.

장원준은 4년 전 첫 FA 자격 취득 때 롯데에서 두산으로 옮기면서 4년간 총액 84억원의 대박 계약을 했다. 이후 장원준과 두산이 6년 계약을 했다는 루머가 나돈 바 있고, 이번에 FA 신청을 하지 않아 6년 계약설이 다시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롯데 시절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10승대 승리를 거뒀던 장원준이 올 시즌에는 3승(7패)밖에 못올렸고 평균자책점이 9.92나 될 정도로 구위가 뚝 떨어졌다. 이런 상태로 FA 시장에 나가봐야 대접받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벌써 3번째 FA 자격을 얻은 박한이는 '삼성 원클럽맨'으로 남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이 미신청으로 이어졌다. 삼성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이전처럼 FA 신청을 하고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에 계약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박한이는 얼마 남지 않은 현역 생활을 삼성에서 명예롭게 마무리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런 박한이의 결정에 많은 삼성 팬들이 박수를 보내며 구단 측에 예우를 해주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손주인과 이명우는 FA 선언이 오히려 FA 미아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지난해의 경우 롯데 이우민이 FA 신청을 했다가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한 채 결국 은퇴했다. 올 시즌 98경기에서 타율 2할3푼8리(63안타) 4홈런 28타점을 기록한 백업 내야수 손주인이나 59경기에서 1패2홀드 평균자책점 5.32의 성적을 낸 불펜 요원 이명우나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를 감안해 FA 시장에 발을 담그지 않았다. 

어렵게 획득한 FA 권리를 각자의 처지에 따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선수들에게는 그저 세월이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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