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분식회계 ‘고의성’이 인정된다는 감리 결과를 통보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융당국의 갈등이 오히려 감리 이전보다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비공개 회의가 아닌 공개석상에서의 논쟁이 이어지면서 갈등도 첨예해지고 있다. 특히 삼성은 금융당국의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증선위 결정에 불복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검찰 고발된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적극적인 반박에 나서면서 당국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일 삼성바이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회계처리는 적정했다. 금융감독원이 감리 과정에서 입장을 바꿨다”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에 대한 반박 성격의 글을 게시했다.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전경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결정 및 국제회계기준(IFRS) 회계처리에 대한 FAQ’라는 글에서 회계처리 이슈 발생 배경과 증선위 결정 내용, 일부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 등을 매우 자세히 짚었다. 우선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한 회계처리는 삼정·삼일·안진 대형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판단을 받은 사안이라는 게 삼성바이오의 주장이다. 

2016년 상장 시 증선위가 한국공인회계사에 위탁해 감리한 결과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받았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아울러 같은 해 말 참여연대가 회계처리 적합성에 대해 금감원에 질의한 후, 금감원이 참여한 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앞서 증선위는 이번 혐의 결정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지분법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2012~2014년까지 자회사인 에피스를 지분법으로 회계처리를 하지 않고 연결대상으로 처리한 데 대해서도 2012~2013년은 과실, 2014년은 중과실로 봤다.

삼성바이오는 금감원의 입장이 1차 감리와 재감리 과정에서 바뀌었다는 사실을 짚었다. 삼성 측은 “금감원이 1차 감리에서 특별한 지적을 하지 않았고, 2015년 말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지분법 변경은 안 되고 연결을 유지해야 했었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재감리 시에는 2012년 설립부터 현재까지 모두 지분법으로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회계처리 변경을 삼성 미래전략실과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중요 회계이슈에 대해 회사가 검토 중인 내용을 (미래전략실과) 공유하는 과정"이라며 "회계법인에 권유에 따라 결정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이 불가능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삼성 측은 "2015년 11월 코스피 상장규정에 따르면 손실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시가총액 6천억원 이상, 자기자본 2천억원 이상(상장일 주금납입 후 기준)인 경우 상장 가능했다"며 "2016년 11월 코스피 상장 당시 지분법 전환과 무관하게 이미 상장요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글은 “증선위 결정에 불복한다”고 명시하면서 “단순 회계상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사업과 직결되는 고객과 투자자 신뢰가 걸려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회계처리의 적절성을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뚜렷하게 주장했다.

삼성바이오 측 관계자는 이번 홈페이지 입장 발표에 대해 “증선위 감리 과정에서 회계처리와는 무관한 내용이 지속해서 공개되고 왜곡 해석되는 데 따라 공식적인 입장을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삼성바이오의 이와 같은 해명에 대해 “회사의 일방적 주장”이라면서 “증선위는 회사(삼성바이오)가 증선위 결정내용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하기보다 상장실질심사 대응 등 투자자 보호에 성실하게 임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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