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측 "죽으나 사나 민주당원, 탈당 없을 것" vs 민주당 "5년간 우려먹은 소재…문제제기 의도 뭐냐" 충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이재명 경기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친문 진영에서 일종의 금기와도 같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의 채용비리 의혹을 언급하자 당내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하자"고 주장하자 민주당 내에서는 '지난 몇년간 야권이 우려먹은 소재를 현 시점에서 문제제기하는 의도가 뭐냐'고 지적하고 나섰고,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자진 탈당이든 당 차원 징계든 조치해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 지사측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출당·탈당 요구가 커지는 것에 대해 "설사 기소되더라도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 지사는 최근 '죽으나 사나 민주당원이고 절대 탈당하는 일도, 정부에 누가 되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권에서는 '반문(반문재인) 선언', '문 정부 내분 붕괴 신호', '민주당 레임덕 시작' 등 정치적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까지 언급하고 나선 이 지사에 대해, 의혹에 관한 전면 부인 등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생존을 위한 프레임전쟁'에 나선 것으로 보았다.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지금 상황은 이길 가능성이 있는 것을 보고 던진 승부수라기 보다는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며 "본인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배경인 현 정부·여당을 유지해야 겠다는 생각에서 정치적 사건으로 계속 갖고 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상휘 교수는 "본인이 정치적 인물인 것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라며 "변호사 출신이라 문준용씨에 대해 법리적 해석을 했겠지만 결국 의도 여부를 떠나 일종의 물귀신 작전이라는 정치적 해석이 될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의 이번 발언이 도화선이 되어 자진 탈당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 교수는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한다는 점에서 당 입장은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진위 여부를 떠나 이재명 팬덤이 극렬한 저항을 할 수도 있어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것이고, 그로 인해 친문 대 비문의 갈등 가닥이 만들어져 내후년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그르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문준용씨 언급에 대해 '이 지사가 프레임 싸움에 능해 정쟁이 본격화되면 불리한 상황으로만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박성민 정치평론가는 26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사집중'에서 "이재명 지사가 정치싸움에 굉장히 능하다"며 "대통령 아들 취업 문제를 다시 이슈 중심에 올려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몰고 가고 있다. 끝까지 싸우는 것이 자신의 살길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측 김용 대변인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변호인 의견서에서 문준용씨 부분만 외부에 유출되어 보도되면서 거기에 대한 즉각적인 해명이 필요했다. 변호인으로서는 이에 대한 의혹을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일종의 '물귀신 작전'이나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민주당 내는 이 지사의 문준용씨 언급이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과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스모킹건 존재와 기소 여부 등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인데, 그 의혹 여부를 확인하자는 이 지사측 주장에 대해 낙인을 찍었다가 자칫 무혐의로 처분되거나 재판까지 가서 무죄로 결론날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나는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제명 등 당내 조치는) 당이 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2012년부터 문제됐고 지난 5년간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판명된, 정치적으로 나쁜 의도에서 시작된 사건을 문제제기한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의 당헌 및 당규에 따르면, 법적 도덕적으로 명백한 결격사유가 발생하기 전에는 징계를 논할 수 없어 당 지도부는 이번 이재명 사건에 대해 함구해야 한다.

당 바깥에서 흔들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칙과 여론 사이에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1월24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지 13시간 만에 조사를 마쳤다./6·13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캠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