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실적 올해 600조 넘길 듯
폐업 등 부실 우려에 은행권 직접 관리 나서
은행판 '골목식당' KB소호컨설팅센터 해부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 왼쪽)이 지난 9월 '신한 SOHO 사관학교'에서 교육 받은 한 자영업자의 매장을 찾아 위성호 신한은행장(왼쪽 두번째)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신한은행 제공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은행권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면서 경영 컨설팅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최근 자영업자(개인사업자·SOHO) 대출은 그 규모가 급증한 추세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개인사업자·SOHO) 대출 규모는 590조7000억원으로 600조원에 육박했다. 은행권의 올 10월 말 기준 대출 규모는 311조2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2조원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난 것과 달리 이들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LTI)는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LTI는 지난해 말 기준 189%를 기록했다.

경기침체와 시장금리 상승에 민감한 자영업자의 경우 올 초 최저임금 인상에 연내 기준금리마저 오를 것으로 예고돼 부실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출 증가 시 이자 수익이 높아지는 은행권 입장에서도 건전성 악화가 우려돼 일부는 자영업자를 위한 경영 컨설팅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이를 실시하고 있고, 다음달부터는 전 금융권이 합동해 공동 컨설팅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달부터 은행권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연계해 자영업자 전문 컨설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자영업자들의 재무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경영 애로사항을 개선하고 매출 증대를 위한 기술 전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자영업자 컨설팅 시 은행들은 단순 재무 분석뿐만 아니라 창업 기술 전수 등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 그 내용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문진기 KB국민은행 중소기업고객부 창업전문위원과의 일문일답.

- 자영업자를 위한 컨설팅 교육을 하고 있다는데?

현재 서울 5곳, 주요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인천)에서 센터를 운영중이다. 창업 단계에 있는 예비 사업자부터 시작해 경영에 애로사항이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컨설팅 교육 중이다.

- 주로 어떤 이들이 센터는 찾는가?

10명 중 7명은 예비 창업자다. 기존에 사업장을 차린 이들 중에는 컨설팅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있어 그 비율이 낮다. 대부분은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사례들이고 경우에 따라 업종 변경, 폐업하는 절차를 묻는 이들도 있다.

- 컨설팅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1차적으로 자영업자가 컨설팅을 신청하면 센터에서는 사업장의 규모 파악과 업종, 취급 아이템, 자영업자의 신용정보 등을 분석한다. KB는 부동산 분야에도 강점이 있기 때문에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상권을 분석하고, 현재 하고 있는 업종과 메뉴가 그 지역 내에서 경쟁력을 갖췄는지 파악한다. 컨설팅 교육은 예비 창업자와 기존 사업자마다 차이가 있는데, 이미 사업장이 있는 이들에게는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전수해준다. 요즘에는 모바일과 온라인의 SNS 마케팅이 활발한 시대라 관련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는 추세다. 또 간혹 영위하고 있는 사업 방향이 해당 상권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바꾸길 권고한다. 폐업하는 이들에게는 세무적인 상담과 권리금·임대보증금 회수 문제 등에 대해 설명해준다.

-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창업자들 입장에서는 컨설팅에 따른 변화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컨설팅 내용에 따라 의류업이라 치면 마네킹 배치부터 쇼케이스 등을 재구성해 매장 동선을 바꾸는 것을 권유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맛을 바꾸지 않으려는 사장님들 같은 일을 실제 우리도 겪는다. 사실 이런 것들만 바꿔도 매출이 확 올라갈 수 있는데, 그런 걸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또 교육을 받으면 KB국민은행에서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해에서 센터를 찾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설명을 듣고 난 뒤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 현재까지 몇 명이 이 교육과정을 이수했는가?

개소한지 이달로 2년 2개월 차다. 1430명이 교육을 이수했다.

- 교육 기간은 어느 정도 되는가?

서울과 지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다. 서울은 권리금이 1~2층까지도 형성돼 있고 그 금액이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과 맞먹는 수준이라 시간을 가지고 신중히 창업할 것을 권유한다. 때문에 예비창업(독립창업)은 최소 6개월에서 최장 1년까지 하라고 권고한다.

- 1년 이상 창업 준비를 할 경우 생계 고민을 호소하는 이들은 없나?

컨설팅 하는 입장에선 그 부분이 딜레마다. 우리나라의 창업 유형 가운데 가장 많은 게 생계형 창업이다. 하루아침에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퇴직해서 퇴직금으로 가게를 차리거나 하는 유형이다. 그렇게 해서 온 사람들은 컨설팅을 1년 동안 받으라고 하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창업 비용을 생활비로 써버린다거나 하는 문제도 있어 센터에서는 최대한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라고 권유한다.

-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먼저 장사할 곳(부동산)부터 알아봐야 한다. 음식 맛은 정부에서 교육해주는 내일배움카드를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 이 과정에는 제과제빵, 한식 등도 있고, 저녁이나 주말에도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창업에 유용하다. 이 모든 것을 다 마치고 창업할 때는 간단한 법·행정 절차, 인테리어 등만 신경쓰면 된다. 예컨대 사업자 등록증은 어떻게 발급받는지 구청에서 허가나 신고를 받아야 하는 업종은 무엇인지, 보건증 받는 법, 인테리어, 집기 구매, 종업원 구하기 등은 준비기간이 짧아서 언제든 빠르게 가능하다.

- 요즘 숙박·음식업종 종사자들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센터에 오는 이들 중에도 제2금융권 이용자가 많은가? 그들을 위해 별도로 지원하는 교육이 있다면?

요즘 정부에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정책자금 등도 지원하지만 신용등급이 1~6등급 이내여야만 가능하다. 제2금융권으로 몰려가는 이들은 7등급 이상의 저신용 차주로 보면 된다. 사실 자영업자 중에서는 신용도가 좋지 않은 이들이 많다. 사업에 열중하느라 공과금 연체 사실을 깜빡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카드값이 빠져나가는 것도 모르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습관이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줘 결국 캐피탈이나 카드론, 심지어 일수를 찍는 이들이 있다. 이런 자영업자에게는 정부의 2차 보전 사업을 안내한다. 예컨대 20%의 고금리로 돈을 빌린 이들에게 정책자금 대출(연 금리 8%)로 갈아타게 하고 나머지 12%는 정부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 은행 입장에서 컨설팅을 진행하다 부실 우려가 발견될 경우 대출 회수에 적극 나서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오해다. 이 사업은 대출과 무관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간혹 이 교육을 받으면 금리를 더 낮게 받는다거나 대출 한도가 늘어나겠지 하고 오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 교육은 KB국민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들을 수 있고, 교육을 들은 뒤에도 대출을 받으라고 권유하지 않는다.

- 향후 업무 확대 계획은?

경기도 일산과 수원, 여의도에 센터를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여의도는 일반 센터와 달리 창업 전문위원과 정책자금 전문가, 회계사, 변리사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본부 역할을 하면 된다고 본다. 이곳에서 기존 센터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계획이다. 또 자신만의 프랜차이즈(가맹점) 설립을 원하는 이들에게 맞춤형 상담을 할 계획이다. 상표권 등록과 같은 지식재산권 문제부터 시작해 창업 노하우 등을 전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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