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기업 이류, 행정 삼류, 정치 사류" 지적 여전히 유효
'자유' 내건 정당 소속 의원 '자유' 개념 몰라…누가 지지하겠는가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인데 정치는 4류"라고 언급해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기업을 향한 정치인과 정부의 오만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했던 모양이다. 23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여전히 기업을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시각은 3류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특히 농어민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기업인들에게 '자발적' 기부를 '강요'하는 모습은 '봉숭아학당'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그중 어이없음의 정점을 찍은 것은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의 "이 기금을 내고 정권이 바뀌어도 재판정에는 절대 세우지 않겠다는 확신을 드릴 테니 적극 도와달라"는 발언이었다. 아무리 곱씹어 봐도 '자유'를 내건 정당 소속 의원이 할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난 18일 <"돈 낸 기업 법정 안 세운다?"…삼류 정치 언제까지>라는 기자수첩을 통해 김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면서 기부를 요구한 건 엄연한 실언이고 허언"이며, 이런 발언이 자유한국당에서 나왔음을 한탄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사가 나간 하루 뒤인 지난 19일, 해당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김태흠 의원으로부터 '삼류 기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비판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삼류기자라고 한 거라면 앞으로 얼마든지 더 들을 수 있다"고, "내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지만 유쾌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의 무게가 이토록 가벼울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허무함 때문이었다. 해당 기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김 의원은 "(기부는) 자발적이어야 하고, 현대자동차는 자동차에 특장이 있고 SK는 스마트폰, 삼성은 반도체에 특장이 있으니 현금이 아니더라도 함께 가는 이런 것 준비 좀 해라"라는 것이 자신의 본뜻이라고 했다. 또 "정권이 바뀌더라도 재판장에 세우지 않겠다고 한 것은 현 정부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었다"고 해명했다. 

   
▲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운데)와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시 낭성면 한 마을에서 수해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DB


그러면서 이와 같은 자신의 본뜻을 왜곡했기에 삼류기자 소리를 들어도 타당하다고 수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현금이 아닌 다른 것을 준비하라고 요구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발적이어야 한다고 한 것, 정권이 바뀌더라도 재판장에 세우지 않겠다고 말한 것 모두 팩트였다. 때문에 그것을 비판한 기사가 왜 왜곡이라는 건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불현 듯 깨달았다. 그것은 '자유'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기 때문에 부릴 수 있는 억지였던 거다. 

이제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자유를 가치로 내건 정당 소속 의원이 정작 자유의 의미를 모른다는 것, 자유시장의 핵심 주체인 기업을 본래의 존재 이유가 아닌 기부를 강요해도 되는 대상으로 바라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가치로 내세운 자유의 본질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경쟁을 허용하며, 그 속에서 누구라도 승자가 될 수 있는 나라를 꿈꾸는 것'에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점점 자유와 멀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기업 옥죄기가 계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기준 변경을 빌미로 금융 당국으로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규제일변도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도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기업이 두들겨 맞아도 이에 편승하는 사람만 보일뿐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말리는 국회의원도 없다. 

관심이 없거나,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서 그렇거나, 알더라도 재벌 앞잡이 소리가 듣기 싫어서일 것이다. 행보야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럴 거면 '자유'라는 단어를 왜 당명으로 내세우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의 이 같은 행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책에 실망한 국민들의 민심을 자유한국당으로 끌어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명 값을 못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열렬하게 지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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