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외적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증권사가 고객의 자산을 일임 받아 대신 운용해주는 랩어카운트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 등 업계 선두권 증권사들은 달라진 경영 환경에 발맞춰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고객의 자산을 일임 받아 대신 운용해주는 랩어카운트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은 상승세는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더욱 가시화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은 장기화가 확실시 되고 있고, 북한의 비핵화 불이행 등도 여전히 투자 리스크로 작용하는 추세다. 

   
▲ 사진=연합뉴스


랩어카운트는 '포장하다'라는 뜻의 랩(Wrap)과 '계좌'를 뜻하는 어카운트(Account)를 합성한 말로, 한 계좌에서 주식, 채권, 펀드 등의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하는 것을 지칭한다.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랩 어카운트 계약자산(평가금액)은 117조 9927억원으로 전월 대비 무려 2조 7121억원 증가했다.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지난 1년 새 100조원을 넘나들며 크게 늘었다. 3년 전인 지난 2015년 8월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이 92조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30%에 가까운 증가율을 나타냈다. 

랩어카운트 고객 숫자와 계약건수도 꾸준한 상승 추세다. 8월말 기준 고객 수는 170만 6697명으로 전월 대비 1만 2273명 늘었으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계약건수도 188만 6111건으로 1만 2975건 증가해 역새 최대 수준을 보였다.

증권사 랩어카운트 규모가 최근 급격히 성장한 것은 상품 다양화와 비대면채널을 통한 가입 허용, 자산배분형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을 받았다. 증권사들이 그만큼 고객유치 경쟁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의 랩어카운트 시장 규모 확대에 대해 “증권사간 경쟁 가속화로 랩 상품에 대한 가입 문턱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며 “비대면으로도 상품에 가입할 수 있어진 데다 가입 금액도 낮아지면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증권사들은 전략적으로 자산배분형 상품을 강조하면서 그 대표적인 상품인 랩어카운트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랩어카운트는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과 대체투자 등 다른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한국투자증권은 랩어카운트 자문사 변경에 나서면서 소규모 상품 운용을 원활히 하려는 전략을 드러냈다. 브레인자산운용과의 자문계약이 해지되면서 해당 랩어카운트 상품의 운용을 직접 맡기로 한 것. 또 에셋디자인투자자문이 운용하던 랩 상품에 대해서는 자문사를 디멘젼투자자문으로 바꿨다. 

아울러 한투증권은 내년부터 주요 일임형 랩어카운트 상품의 이름을 단순화하고 후취수수료도 소폭 인하할 방침이다. 전략이 비슷한 상품끼리 통합 작업을 진행하면서 보다 정교한 자산운용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이 자산관리 사업을 강화하면서 랩 고객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는 추세”라고 진단하면서 “한투가 그랬듯 소규모 상품 운용을 원활히 하려는 전략이 보다 많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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