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계란으로 바위를 쳤다. 끊임없이 치니 결국 바위가 부서졌다. 정부는 부서진 바위를 수습할 대책은 가지고 있는 것일까?

금융당국이 발표한 카드수수료 인하 발표 대책 이후 각종 증권사에선 카드 업황의 후퇴를 예고했다. 이후엔 수면 아래 잠겨있던 카드사 매각 이슈 등이 떠올랐다. 

카드업계에선 심심치 않게 이런 얘기가 들린다. “카드사에 다니는 직원들은 국민이 아닌가보다”

현 금융당국에서 쏟아놓는 정책을 들어보자면 이러한 의문이 과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지난 26일 금융위원회는 ‘2018년 적격비용 산정을 통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금융위는 카드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구간이 기존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신설 우대구간의 수수료율을 인하해 소상공인의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액 5억~10억원의 약 2만개 가맹점의 경우 연간 카드수수료 부담이 평균 147만원 경감될 것으로 보이며, 매출액 10억~30억원의 약 5만개 가맹점은 평균 505만원의 카드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카드수수료 인하 혜택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귀속되도록 해 경영부담 경감을 통한 일자리 확대와 소득증가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발표에서 ‘카드업계’의 입장은 쏙 빠져있다. 카드업계를 위한 정책과 방안은 애초에 마련돼 있지도 않은 것이다. 

발표 직후 카드업계 노조는 격앙된 목소리로 총파업·총궐기 대회까지 진행할 각오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의 발표가 있기 3일 전 카드사 노동자들과 중소상인들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리는 대신 중소형 가맹점은 내리는 차등수수료 도입 방안에 대해 정부에 요구하기로 공동 합의했다. 

두 단체는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하한선을 법제화하고 중·소형 자영업자의 수수료는 인하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요구하기도 했다. 

   
▲ 카드 수수료 인하와 관련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전국금융산업노조 대표들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안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두 단체의 요구사항 가운데 카드 노조 측에 유리한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 얘기는 금융당국의 발표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또한 경쟁력 강화 TF에 카드 노조는 포함되지도 않은 상태다. 자영업자 측인 민생연석회의 카드분과 마트협회는 이미 TF 구성원에 포함돼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금융위는 매출액 500억원 초과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상을 명확히 적시해 달라는 카드업계 노조 측의 요구에 명확한 수수료 인상을 적시하는 것은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며 선을 그었다.

수수료 인하라는 지속적인 달걀을 맞은 카드업계는 이제 균열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의 순이익 감소폭이 각 사별로 640억~18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롯데카드는 매각을 공식화했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업계에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헐값 매각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타 카드업계에선 롯데카드를 품게 되면 업계 2위까지 도약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제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누구도 손을 뻗지 않으려 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매각’ 이슈가 있지만 타 카드사 역시 인수합병(M&A) 이슈와 인력 구조조정 속앓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이제 15만명에 달하는 카드 종사자가 부서졌을 때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대답도 해야 할 때다. 

이미 균열은 시작됐다. 붕괴를 막을 것인지, 붕괴 이후의 대책을 강구할 것인지는 정부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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