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신흥국 증시도 오르고 있는데 우리 증시만 박스권에 갇혀 옴싹달싹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등 정책 모멘텀이나 2분기 기업 실적이 박스권 탈출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 개선 신호가 나타나면서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1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9.47포인트(0.77%) 오른 16,956.57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 선진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신흥국 증시도 오르고 있는데 우리 증시만 박스권에 갇혀 옴싹달싹 못하고 있다/뉴시스

신흥국 증시도 만만찮다. 23개 주요 신흥국 증시를 추종하는 'MSCI 이머징 마켓 지수'는 3일 0.2% 오른 1062.18에 이르렀다.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만의 최고치다.

이날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1.6% 뛰어 2주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멕시코 증시도 4일 연속 오르면서 이달 들어서만 2% 넘게 상승했다. 지난달 부진했던 두바이 증시는 이달 들어 3일 동안 12% 급등했다. 이집트 EGX 30 지수는 이날 1.4% 뛰어 중동·아프리카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터키 BIST 100 지수도 0.9% 상승했다.

이렇게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증시만 박스권에 갇혀 좀처럼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다. 연초 2,011.34로 시작한 코스피는 2일 2,015.28로 장을 마쳤다. 상반기 내내 2,000 선 부근에서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박스권에서 탈출하려면 무엇보다 정책적 시그널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뉴시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박스권 덫에 걸린 이유를 세가지 문제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한국 경제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 경기는 내수 위주로 회복이 이어져 우리나라 수출로 연결이 되지 못한 것이다.

두번째는 우리 경제 내부적으로 투자자의 관심 끌을 정책적 동력이 희미했다는 점이다. 주식 투자는 불투명한 미래 환경에 배팅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실한 시그널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추경이나 금리 인하 등 정책적으로 그런 확실한 신호를 주지 못했다.  
 
마지막으로는 기업 실적 부진이다. 기업 실적에 대한 애널리스트 추정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기업 실적은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2분기도 역시 추정치는 높지만 기업 실적이 이에 따라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잘못하면 어닝쇼크 지뢰가 곳곳에서 터질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박스권에서 탈출하려면 무엇보다 정책적 시그널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추경이나 금리 인하 등 반론도 적지 않지만 이런 정책적 시그널이 확실히 나와야 박스권을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달라진 흐름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증시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며 "관건은 정책 모멘텀으로 금리 인하나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의 확실한 정부의 시그널이 나와야 박스권 탈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