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 등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요건에 근접한 증권사들의 자본확충 여부에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올해에만 1조2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한 하나금융투자는 자기자본이 3조2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나 초대형IB 인가 요건인 4조원에 근접한 상태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기고 있어 증자를 단행할 경우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가 자본확충 속도를 높이며 초대형IB 인가 조건에 근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종속회사 하나금융투자가 운영자금 4976억원 조달을 위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공시를 냈다. 보통주 930만주가 주당 5만 3500원에 새로 발행되는 증자다. 

   
▲ 사진=연합뉴스


이미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월에도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해 업계 화제를 만들었다. 이후 한 차례 추가 증자로 자기자본이 기존 2조 7000억원에서 3조 2000억원 수준으로 늘게 됐다. 올해에만 1조 2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한 셈이다. 한 차례 정도 자본확충을 추가한다면 초대형 IB 자격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증권업계는 초대형IB 5개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가 주도하는 가운데 여타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이 그 뒤를 추격하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이미 8조원을 넘어선 상태이며,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3조원대의 자기자본을 보유 중이다. 이번에 증자를 하는 하나금융투자를 포함시키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총 8곳이다.

업계 시선은 ‘IB 분야 강화’ 노선을 채택한 신한금융의 다음 행보다. 현재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자기자본이 3조 299억원 정도로 하나금융과 비슷하다. 내년에 IB 업무 다변화를 목표로 내건 만큼 초대형IB를 위한 승부수(증자)를 던질 가능성이 낮지 않은 셈이다.

   
▲ 사진=연합뉴스


아직까지 신한 측은 증자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증자 건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이미 작년에 5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만약 내달 유상증자를 완료하는 하나금융투자가 내년 초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신청하게 되면 신한금융투자를 포함한 여타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존재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면 기업신용공여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면서 “하나금융투자의 성장이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자 같은 중요 사항은 내년 최고경영자(CEO) 결정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만약 이들의 연임이 이뤄질 경우 IB 부문 강화를 위한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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