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자기자본 없이 사채업자 등에게서 자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이른바 '무자본 인수합병(M&A)' 추정 기업에 대해 금융당국이 일제점검을 실시한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결산 전 무자본 M&A 추정기업을 선정해 자금 조달 규모와 사용 내용 등을 파악하고 재무제표 회계처리 내용 등을 일제히 점검할 것이라고 5일 발표했다.

당국은 상장사 공시정보 등을 활용해 무자본 M&A로 추정되는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최대주주 지분공시 등을 통해 외부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 최대주주 변경 이후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한 기업, 담보권자 등을 통해 대규모 반대매매가 발생한 기업 등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무자본 M&A는 인수하려는 상장사 주식과 경영권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상장사 인수 후 회사 자금유용과 회계분식 등 우려가 커 투자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점검 대상 업체들이 조달한 자금의 사용 내용 등을 파악해 비정상적 자금거래 여부와 회계처리의 적정성 여부를 점검하기로 결정했다. 비상장주식 고가 취득 여부와 특수관계인 대여 및 선급금 지급 과정 투명성 등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무자본 M&A 세력이 상장사 경영권을 인수하고서 회사 명의로 거액의 자금을 조달한 뒤 비상장주식 보유 주주와 공모해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사주는 수법으로 회사자금을 유용하는 사례는 최근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회사 재무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상장폐지에 직면하는 사례들이 많다. 또 경영진은 횡령·배임 사실을 은폐하고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금감원은 점검 과정에서 회계처리 위반 혐의가 발견되거나 위반 가능성이 큰 회사는 감리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감리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혹은 경영진 횡령·배임 혐의가 발견되면 유관 부서나 수사기관 등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거액의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사업보고서상에 공시된 증자 내용과 미상환 CB·BW 현황 등을 통해 발행 규모 및 미상환 잔액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조달한 자금을 실체가 불분명한 비상장주식에 투자하거나 선급금·대여금 등에 사용한 기업은 현금흐름표 등에서 영업과 무관하게 비상장주식 취득과 대여 등으로 유출된 자금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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