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광주시 결정…'임단협 5년 유예'가 발목
6일 최종 협약서 조인 하루 앞두고 또 난항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멈춰섰던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가 급진전 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하루 만에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협약안에는 가장 큰 걸림돌이던 '임단협 5년 유예' 조항은 빠져 있지만 광주 완성차 공장이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 임단협을 유예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며 노조 측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멈춰섰던 '광주형 일자리' 투자가 급진전 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하루 만에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사진=미디어펜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는 이날 10시30분경 광주시 중회의실에서 개최될 광주시 노사민정협의 회의가 시작 된지 10분만에 노동계의 불참으로 연기됐다. 

협의회를 주재한 이용섭 광주시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광주시와 현대차 간 투자자 합의사항 중 노동계가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 임단협을 유예한다'는 조항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깔끔한 조율 작업을 위해 회의를 오후로 연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최종 협상에서 광주시는 안정적인 노사관계 정착을 위한 상생발전협의회 구성 방안, 선진 임금체계 도입, 적정 노동시간 구현 및 인력 운영 방안 등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현대차가 광주시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는 임금은 연간 3500만원(주 44시간 근로 기준)이 적정하다고 했다. 소모적인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금 및 단체 협약은 5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또 시장 상황이 급변한 만큼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소 생산물량 보장'은 들어주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현대차는 노조의 경여 정보 일부 공개하고 의상결정 과정에 포함시켜달라는 지역 노동계의 요구도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됐을 경우 현대차는 광주시에 현대차 광주공장을 건립한 투자금 53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 같은 조건을 광주시는 상당부분 받아들였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인건비를 혁신적으로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기존 취지를 살리기 위해 현대차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초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고비용·저효율의 늪'에 빠진 한국 자동차산업이 다시 본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한 중요한 테스트베드로 여겨졌다. 

이에 정부와 기업, 노동계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었다. 하지만 시작도 전에 노동계의 반발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결국 또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늪에 빠졌다.

이런 문제는 노동계의 과격한 행동도 문제가 있지만 성급한 태도를 보이는 광주시의 태도도 지적받고 있다. 너무 서두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광주시는 기존 주 44시간 근로, 연 3500만원 지급이라는 계획을 노동계가 반발하자 주 40시간근무·추가근로시 초과수당 지급으로 변경해 기존 울산형 일자리와 차이 없는 형태로 만들었다. 

이에 현대차는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고, 이후 협상은 난항을 겪으며 광주형 일자리는 무산위기까지 내몰렸다. 이후 광주 노동계가 협상전권을 광주시에 위임하며 상황이 조금 씩 진전되는 모습을 변해갔고 결국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 단계까지 왔다. 

하지만 '임단협 유예'로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을 광주시는 다시 포함을 시켰고 노동계는 또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현재로서는 새로운 진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지역 노동계는 현재 내부 동의가 이뤄지지 않고 협약안이 수정되지 않는 한 노사민정협의회 참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필수과정인 노사민정 추인 절차가 무산될 경우 현대차 투자협상은 투자자 간 본협상만 잠정 합의된 채 노사민정 결의가 포함된 부수협약이 갖춰지지 않게 돼 최종 타결 하루 전날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계획이자 신개념의 선진 노사문화의 지표가 될 '광주형 일자리'가 기존의 기득권 노조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울산형 일자리의 경우 고임금 저생산성으로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만들어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현재 국내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추락하고 있다. 

제계 한 관계자는 "이번 광주형 일자리는 선진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다"며 "이번 광주형 일자리가 정착화 되고 새로운 노사문화의 기틀이 마련된다면 국내 산업계 전반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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