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가 송혜교 박보검을 앞세워 순탄하게 극 초반을 이끌어가고 있다. 송혜교는 성숙미에 한층 물오른 연기력으로 아련함을 안기고, 박보검은 특유의 미소와 빨려들 듯한 눈빛으로 상큼함을 전한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대체로 좋은 편이다. 주인공 캐스팅 과정에서는 띠동갑 연상연하인 송혜교-박보검 조합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극 중 캐릭터가 확보해준 개연성으로 무리없이 케미가 형성되고 있다.

담아내는 영상도 괜찮고 차화연(송혜교 전 시어머니) 장승조(송혜교 전 남편) 신정근(박보검 아버지) 백지원(박보검 어머니) 문성근(송혜교 아버지) 남기애(송혜교 어머니) 고창석(송혜교 보좌 운전기사) 표지훈(박보검 동생) 등 주변 인물들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시청률은, 조금 주춤했다. 지난주 첫 방송된 1회부터 8.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높은 시청률로 범상찮은 출발을 하더니 2회는 10.3%를 기록하며 단번에 두자릿수로 올라섰다. 상승 추세에 기대감이 컸으나 5일 방송된 3회는 9.3% 시청률로 잠시 후퇴를 했다.

성공 요소를 두루 갖추고 비교적 잘 나가는 '남자친구'인데, 뭔가 아쉬운 느낌이 있다.

   
▲ 사진=tvN '남자친구' 홈페이지


이야기 전개가 너무 평면적인데다 송혜교 박보검의 관계 진척을 위한 설정들이 지나치게 우연에 기대거나 억지스럽다.

유력 정치인의 딸인 차수현(송혜교)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략결혼으로 재벌가 며느리가 됐으나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했다. 이런 아픔을 안고 있는 차수현은 호텔 사업가로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도 늘 마음은 허전했는데, 보석같이 빛나는 순수 청년 김진혁(박보검)을 쿠바에서 우연히 만났다. 

공교롭게도 그 청년은 차수현이 경영하는 호텔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왔고, 둘은 모종의 관계로 발전한다. 아직 김진혁이 차수현의 '남자친구'가 된 것은 아니지만, 둘이 모험을 즐기듯 함께 라면을 먹은 것만으로도 스캔들이 됐다(전 시어머니가 꾸민 일). 이로 인해 곤경에 처한 두 사람, 그럴수록 공유되는 감정의 폭은 커져가고 결국 두 사람은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전개된 둘의 로맨스에서 핵심만 살펴 보면, '현대판 귀족에 해당하는 이혼녀가 서민 신분의 준수한 연하남에 이끌려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남녀가 바뀐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보인다. 작가나 제작진은, 그렇게 뻔해 보이지 않도록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첫 회에서는 차수현과 김진혁을 하나로 엮기 위해 지나치게 우연을 남발했다. 각자 사업과 여행으로 쿠바를 찾았던 차수현과 김진혁이 우연의 연속으로 만남을 거듭하더니 박보검이 입사한 곳이 하필 차수현이 대표로 있는 호텔이었다.

어쨌든, 같은 건물에서 일하게 됐으니 둘의 관계 진전을 우연에만 기댈 필요는 없어졌지만 3회에서는 둘이 가까워지는 과정에 당위성을 입히느라 설정이 억지스러웠다. 급한 일로 속초 호텔로 간 차수현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러 가게 된 남 실장(고창석)이 휴일날 쉬고 있는 김진혁을 갑자기 불러내 함께 가자고 함으로써 둘의 만남을 유도해낸 장면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차수현과 김진혁의 스캔들을 부추기기 위한 전 시어머니의 계략이 숨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김진혁은 이날 엔딩에서 라디오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차수현 생각이 나 다시 속초로 향한다. 그리고 "보고 싶어서 왔어요"라는 말로 차수현에게 '남자친구'로 성큼 다가선다. 시청자들을 심쿵시키는 멋진 장면이었다. 

김진혁은 그럴 수 있다. 세상 다 가진 듯한 위치에 있지만 너무나 외로워 보이는 차수현, 빈틈없이 귀족적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휴게소에서 라면 한 번 먹어보는 일탈이 반가운 인물, 그리고 완벽한 외모. 김진혁이 신분이나 나이 차이쯤은 잊어버리고 빠져들 만하다.

그렇다면 차수현이 생각하는 김진혁은? 순수한 마음, 맑은 눈빛, 매너있는 태도면 다 'OK'일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데 이유가 있겠는가만,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드라마라면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차수현이 김진혁으로 향하는 마음에 오롯이 공감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이 2% 부족해 보이는 점들을 채우는 것, '남자친구'가 계속 좋은 반응을 얻으며 여운이 남는 드라마로 성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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