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KB증권 노사가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합의해 업계 화제가 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일부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사들의 주도로 증권업계 감원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를 필두로 증권업계가 감원 움직임을 가시화 하고 있다. 내년 증시 전망이 부진해 업계 전반적으로 비용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희망퇴직이 시작된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포문을 연 곳은 KB증권이다. KB증권은 최근 노사가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합의해 업계 화제를 모았다. KB증권은 자기자본이 업계에서 4위로 대형사에 속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2435억원으로 6위에 머물렀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7.4%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반면 임직원 숫자는 미래에셋대우(4545명)에 이어 KB증권(3136명)이 두 번째다. NH투자증권(2950명), 한국투자증권(2631명) 등은 임직원 숫자가 3000명을 넘지 않고 있다.

한편 자기자본 규모가 증권사 중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 역시 희망퇴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 미래에셋대우는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ROE는 6.5%로 초대형 투자은행(IB) 5개사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일부 직원들이 노조를 통해 희망퇴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두 회사는 모두 기존 증권사들이 합병돼 탄생한 대형 증권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합병으로 덩치가 급격히 커진 특수한 상황 속에서 업계 전망마저 어두워지면서 희망퇴직이라는 옵션을 고려하게 되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증권사들이 인력을 줄이기 시작하면 통상 중소형사들이 그 흐름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하면서 “두 회사가 희망퇴직을 시작하면 업계 전반적으로 흐름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의 희망퇴직은 단순히 인원을 줄이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지점 숫자 축소, IB와 자산운용 위주의 사업구조 개편 등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 요소가 상존하기 때문에 노사갈등을 피하기 위한 조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 이번 감원 움직임이 4~5년 전 대규모 희망퇴직 때처럼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이 2010년대 초반처럼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스스로 희망퇴직을 원하는 직원들이 요청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인 희망퇴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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