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경제성장 65% 차지…경제발전 이룬 개방국가의 길
외부 리스크 증가 속 국내 규제 여전…탈원전은 '설상가상'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경제성장의 65%를 차지하는 수출입이 있어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올해 초 서울 남대문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무역-상공-해운 상생 업무협약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수출 1억달러를 달성했던 1964년 11월30일을 '수출의 날'로 제정하고 1987년 '무역의 날'로 명칭을 바꾸는 등 무역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폐쇄경제를 외친 중남미 국가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덕분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국 중 수출규모 세계 10위권 안에 진입한 유일한 국가로 올라선 나라로 현재 무역규모 세계 6위의 지위를 갖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사상 첫 수출 6000억달러 달성 등 5대 성과를 이뤄내고 전체 무역액 역시 역대 최단기간 1조달러 달성에 성공했다.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위해 다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및 신흥국 자급률 증가 등 대외적인 리스크가 고조되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낮추는 규제가 잇따라 도입·시행되는 가운데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론까지 제기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철강·석유화학·정유업계 등은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한 탓에 불거진 탄소배출권 문제에 질소산화물(NOx) 규제가 겹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철강업계는 외국 업체들보다 적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어 추가적인 감축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대기업 기준 일반 연구개발(R&D) 관련 세액공제를 늘리기는커녕 갈수록 줄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당기 발생액 기준 R&D 세액공제 비율은 2013년 3~6%였으나, 2015년 2~3%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0~2%로 쪼그라들었다. 대한상의는 올 6월 '2018년 기업조세환경 개선과제'를 발간하고 "한국은 미국·일본 등 주요국보다 R&D 세액공제율과 민간 R&D 투자 대비 조세지원 비중이 낮다"고 지적했다.

   
▲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


최저임금 급등 및 주 52시간 근무제 등 획일적인 규제도 기업경쟁력 향상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2년 연속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오른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정기보수 및 해상 시운전 등 특정기간 업무시간이 늘어나는 경우 근로시간 규정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기업들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간 낮은 전기료에 힘입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으나 태양광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단가가 높은 설비들의 비중이 늘어날 경우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이같은 전기료 인상에 대해 일축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전기료 인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힌바 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글로벌 요금 수준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주택·산업·일반용 전기료를 2배 이상 올려야 하며,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전기료 인상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대만·일본·캐나다·호주 등 탈원전을 추진했던 국가들은 하나같이 전기료 폭등을 경험했으며, 대만 국민들은 이에 반감을 품고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지지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모범사례로 꼽히는 독일 역시 에너지 사용 효율성 등을 강조하고 있으나, 프랑스 등 인근 국가에서 대량의 전기를 수입함에도 한국보다 가정용 기준 전기료가 3배 가량 높은 실정이다.

한국은 원유와 광물 등 자원이 대단히 부족하며 좁은 국토 대비 인구가 많아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하고 필요한 상품을 들여오지 않고서는 경제가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어 기술개발과 수출을 중시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말로는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다면서도 실제로는 반대적인 정책을 내놓는 등 '양두구육' 같은 태도를 견지한다면 기업경쟁력이 꺾여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이 줄어드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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