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가 크게 부진한 가운데 코스피보다 코스닥의 하락세가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 투매 양상이 감지되는 한편 우량 기업들의 연쇄이탈 우려까지 가중되면서 내년 전망을 매우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 62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닥 지수가 여전히 700선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닥은 710선까지 근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다시 685.33포인트까지 하락했다. 

   
▲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기초체력이 현저히 떨어진 모습을 일제히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의 매도 공세가 유독 거센 상황이다. 기관은 지난 10월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총 27거래일 중 24일동안 매도 우위를 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 시장이라는 오명에 시달려온 코스닥 시장은 올해 제약‧바이오주들의 이상 급등과 폭락 사태를 겪으면서 변동성이 더욱 커진 모습이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 신뢰도 강화’, ‘기관투자가 참여 확대’ 등을 주요 어젠다로 삼으며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상황은 요지부동이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5.2% 수준이던 코스닥의 기관 거래대금(매수+매도금액) 비중은 이달 7.2%를 기록 중이다. 소폭 오르긴 했지만 개인 거래비중의 감소로 인한 상대적 증가여서 의미 있는 상승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개인 거래비중을 보면 한때 90%를 넘기도 했지만 지난 10~11월 연거푸 80%대를 기록하며 1999년 3월(77.7%) 이후 약 20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코스닥 지수가 30.1% 급락했던 2008년 10월(87.8%)보다도 낮은 수준이라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코스닥을 지탱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코스닥 대형주들은 코스피 시장으로의 ‘이사’를 택하고 있다. 지난 2월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이 10년 만에 코스피로 옮겨간 데 이어 더블유게임즈도 코스피 이전을 준비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코스닥을 ‘잠시 머물렀다 떠나가는 시장’으로 인식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좋은 기업들이 코스닥 신규 진입을 꺼리는 상황이 우려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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