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학교 원룸 전세 8000만원 ↑…평균 1억 2000만~4000만원선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 평균…보증금 1000만원 기준 52만원 정도
대학생들의 주거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교내 기숙사는 턱없이 부족한 데다 학교 인근 원룸 등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임대 사업자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정부는 제대로 된 기숙사 확충 계획조차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펜은 취업난에 주거난까지…이중고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들여다보고 이들의 주거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대학생 방 구하기 전쟁⑤]‘억소리’나는 대학가 원룸·전세…4000만원으로는 반지하도 어려워

[미디어펜=홍샛별·유진의 기자]“4000만원으로 반지하 아닌 이상 원룸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예요. 전세보다는 목돈이 덜 들어가고 월세 부담이 적은 걸로는 방금 전 보신 집이 가장 괜찮은 편이에요”

지난 10일 오전 서울 건국대학교(이하 건대) 앞 A공인중개사사무소. 직접 대학가에서 원룸을 구해 보기 위해 찾은 이곳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는 이 같이 말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도보 8분거리에 위치한 해당 원룸의 가격은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가 10만원이었다.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대기업 신입 사원의 초봉 수준인 4000만원으로 방을 구할 수 있는지를 재차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전세를 구하기 위해서는 8000만원 이상은 가지고 와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사회에 나가 번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2년 이상을 꼬박 모아야 대학교 앞 원룸 하나를 전세로 얻을 수 있는 셈이었다.  

실제 이날 오전 내내 건대 근처 공인중개사사무소 몇 곳을 돌아보았지만 4000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지하 원룸 역시 전세는 5000만원 이상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1층 이상이거나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곳은 1억 2000만~1억 7000만원 사이에서 전세가가 형성돼 있었다. 

   
▲ 지난 10일 오전 서울 건국대학교 인근 원룸가 풍경 /사진=미디어펜


월세일 경우 보증금 2300만원에 48만원 수준에서 시세가 책정돼 있었다. 여기에 에어컨, 세탁기 등의 옵션까지 추가되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관리비(평균 3만~5만원)와 중개수수료(20만~50만원)는 별도다. 

대로변에 위치하거나 치안 등이 좋아 여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오피스텔의 경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보증금 6000만~8000만원을 내고도 다달이 20만~45만원을 지불하는 식이었다. 

건대입구역 역세권 오피스텔에 거주 중이라는 대학교 4학년 김모 양은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 부모님께서도 집을 고를 때 ‘치안’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다”면서 “금액이 비싸더라도 딸이 안전한 곳에 머물렀으면 하는 생각에 어렵사리 목돈을 마련해 보증금을 내 주셨다”고 말했다. 김 양이 머무는 오피스텔은 보증금 8000만원에 월세 20만원이다.

부동산 O2O플랫폼 다방이 올 1~10월 서울시내 원룸 임대 시세를 분석한 결과, 서울 주요 대학가의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월세 평균은 보증금 1000만원 기준 52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에 가까운 전세금을 마련했다고 해도 계약 성사는 그야말로 행운에 가깝다. 집 주인들이 전세 계약을 잘 하지 않으려 들기 때문이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임대인(집주인)들의 경우에도 건물 등을 지으며 대출을 받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며 “임대인 입장에서는 목돈이 급한 만큼만 소수의 전세 계약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월세로 받아 매월 본인의 이자를 갚아나가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 때문에 상당수 임대인이 전세 계약 보다는 매월 소득이 발생하는 월세를 선호한다”며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금 일부를 돌려주고 약간의 월세를 받는 반전세 계약으로 바꾸려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