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회장 식당 찾기 계기로 직원 활동 본격화
약관 기준 넘는 통큰 보상 등 좋은 선례 남을 듯
   
▲ 김영민 디지털생활부장
"구내식당 운영을 중단합니다." KT가 지난달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구내식당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아현지사 인근 3개 사옥의 직원들이 구내식당 대신 피해 지역의 식당 찾기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다.

공식적인 보상 차원은 아니지만 피해 지역의 식당을 찾아가 위로하고 매상까지 올려주겠다는 따듯하고 기특한 발상이다. 지난 6일 KT 구내식당 운영이 중단된 이후 현재까지 8000여명의 KT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KT의 피해 지역 식당 찾기 활동은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2일 충정로역 인근 육개장 식당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복구 작업에 투입된 임직원 60명을 격려하고 식당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인근 식당을 직접 찾아갔고 이즈음부터 직원들이 피해 지역 인근 식당을 찾아가 식사를 하면서 활동이 본격화 됐다.

황창규 회장이 그동안 일정을 조정하며 아현동, 신촌 등 피해 지역 인근 식당을 방문해 식사하고 상인들을 위로한 것은 총 7회에 이른다.

그가 최근 신촌역 근처 쌀국수집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황 회장이 식사를 마치고 식당 주인과 주방장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를 했는데 식당 주인이 대학생들 시험기간과 방학 등으로 손님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전화와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속이 많이 상했다고 토로하면서도 직접 방문해 위로하니 마음이 눈녹듯 풀렸다며 오히려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식당 주인은 "직접 찾아와 미안함을 전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리게 마련"이라며 직원들까지 찾아와 매상을 올려주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황 회장과 KT 임직원들이 복구 작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피해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따듯한 마음까지 전하는 훈훈함을 느끼게 한다.

KT는 피해 지역 식당 찾기 활동 외에도 재래시장의 시장번영회 등과 협의해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한 시장 방문객을 대상으로 장바구니 제공 등 지역상권 활성화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 지난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빌딩 구내 식당에 오는 28일까지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 장애 등에 따라 피해가 발생했을 때 약관을 기준으로 한 보상과 법적 대응으로만 일관하던 모습과 달리 KT의 자발적인 소상공인 위로 활동은 좋은 선례로 남기에 충분하다.

특히 황 회장은 이번 화재사고에 대해 전례 없는 통큰 보상책을 내놨다. 약관의 보상 기준을 몇배 초과하는 요금감면이라는 결단을 내려 산업계를 놀라게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KT의 보상책이 향후 다른 기업의 보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눈치를 보이기도 한다.

KT가 내놓은 보상책을 살펴보면 유무선 가입고객은 1개월, 화재로 소실된 동케이블 기반 유선서비스 가입자는 최대 6개월, 인터넷 이용고객 3개월, 일반전화(PSTN) 이용자 6개월 요금감면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아직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KT가 약관 범위를 크게 넘어서는 보상책을 내놓으면서 기업에 부담이 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까지 나온다"며 "이번 KT의 보상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KT 통신구 화재사고는 아직까지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기 힘든 상황이다. 통신구는 불이 나기 어려운 곳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다. 사고 직후 합동감식에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까지 투입돼 사고 원인 규명을 하고 있지만 아직 밝혀진 내용이 없다.

통신구는 광케이블과 구리선 등 통신선만 설치된 곳이어서 전기적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광케이블은 유리섬유을 통해 빛이 통과하고, 구리선도 아주 미세한 전류만 흐르기 때문에 발화되기 힘들다.

따라서 KT의 통신구 관리가 허술했다거나 소홀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현지사의 통신구에는 CCTV나 스프링쿨러 자체가 필요 없는 곳이라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여서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야만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다. 방화나 실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KT는 화재 원인이야 어찌됐던 자사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최대한의 보상책을 마련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서비스 장애 기간에 따른 이용요금 감면과 함께 서비스 장애사실을 접수 받아 이를 근거로 한 위로금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소상공인 위로금 지급을 위해 서대문구청, 마포구청, 은평구청, 용산구청, 중구청 등과 협의해 서비스 장애사실 신청을 받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서비스 장애로 입은 피해는 사실상 입증이 쉽지 않다. 따라서 서비스 장애사실을 근거로 한 합리적인 보상 기준을 마련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KT의 이번 소상공인 위로 활동과 보상책이 좋은 선례로 남아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갈등을 최소화하는 체계적인 보상책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