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황후의 품격'과 '남자친구', 수목 드라마의 두 강자가 시청률 면에서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2일 방송된 SBS '황후의 품격'이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13, 14회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은 8.2%, 11.5%를 나타냈다. 14회의 11.5%는 12회 때의 10.5%보다 1%포인트 높은 자체 최고 기록이었다.

이날 tvN '남자친구'는 5회가 방송됐는데 시청률이 8.5%였다. 이는 2회 때 기록한 10.3%의 자체 최고 기록보다 1.8%포인트 떨어졌을 뿐 아니라 1회 첫 방송 때의 8.7%보다도 낮은 자체 최저 시청률이었다.

'황후의 품격'은 상승세 날개를 편 반면 '남자친구'는 정체기 후 하락세로 뒷걸음질치는 추세다.

   
▲ 사진=SBS '황후의 품격', tvN '남자친구' 포스터


'황후의 품격'은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 범주에 속한다. 역대급 막장 드라마 계보에 이름을 올린 '아내의 유혹'·'왔다 장보리' 등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고, 범상찮은 인물들이 현대판 궁중에서 벌이는 복수와 암투·치정 등의 내용도 막장 공식에 충실하다.

'남자친구'는 순수 멜로 드라마다. 상위 1%에 속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삶을 살아본 적 없는 완벽에 가까운 연상 여자가 순수한 연하남을 만나 사회적 신분 차이와 주위의 시선에 시련을 겪으면서도 점점 가까운 사이로 발전해가는 멜로를 담고 있다.

두 작품을 단순히 시청률로만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드라마라는 차이점도 있고, 시간대도 '황후의 품격'은 밤 10시, '남자친구'는 9시40분 시작해 조금은 차이가 있다. 실질적인 경쟁작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황후의 품격'이 지상파 수목드라마 가운데 독보적 1위이고, '남자친구'는 드라마와 예능 강자로 자리잡은 tvN이 캐스팅부터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화제작이라는 점에서 비교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황후의 품격'은 무리한 설정과 억지스런 전개에도 더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늘 시청자들의 예상보다 한 발 앞선 반전과 연속해서 충격파를 던지는 스토리가 그야말로 몰아치듯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천사표 같았던 황후 장나라(오써니)가 남편인 황제 신성록(이혁)의 실체를 알아가며 분노의 눈물을 흘리고, 반격을 노리다 오히려 함정에 빠지는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복수의 화신이자 장나라의 조력자였던 최진혁(천우빈)이 결정적인 순간 장나라의 뒤통수를 때리는 엔딩은 진의가 무엇인지 다음회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끌어올렸다.

'남자친구'는 송혜교(차수현)와 박보검(김진혁)이라는 막강 비주얼 투톱을 앞세워 예쁜 멜로로 채색 작업을 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한 방이 부족해 보인다.

우연한 만남이 인연으로 이어지고, 남녀의 감정에 충실하며 사랑에 빠지는 설정 자체가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덜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들어매려면 가슴 떨리게 만드는 장면 하나, 대사 하나, 눈빛 하나가 중요한데 이런 것들이 밋밋하다. 이날 방송에서는 송혜교와 박보검이 더욱 친밀해지고, 박보검이 "대표님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한 발 더 다가서는 중요한 신도 있었다. 그럼에도 애정을 갖고 드라마를 함께하고 있는 팬들 사이에 속도감 떨어지는 전개와 미스캐스팅에 대한 아쉬운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시청자들이 느긋하게 TV를 즐기는 시간대에 방송되는 드라마로서 '황후의 품격'과 '남자친구'는 각자 장점을 갖고 있다. 그 장점을 더 돋보이게 포장해 시청자 폭을 넓혀가는 솜씨 면에서 '황후의 품격'이 현재 더 많은 포인트를 얻고 있다. 

상승세 날개를 단 '황후의 품격'은 얼마나 높이 날아오를까. '남자친구'는 하락세를 막고 반등시킬 비장의 무기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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