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교육부가 내년 51개 학교에서 민주시민 교육을 시키고 프로젝트 수업을 중시하는 '민주시민학교'를 시범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이름만 바꿔 제 2의 혁신학교를 만든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혁신학교가 도입된지 10년 지났지만, 기초학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들 반발로 이에 대한 지탄과 외면을 받아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가 커지고 있다.

현재 1만1000여곳 전국 초중고 중 혁신학교는 1525곳(13.8%)에 달한다. 초등학교 902·중학교 482·고등학교 142곳이고, 지역별로는 경기 541·서울 189·전북 167·전남 99개교 순이다.

교육부는 여기에 민주시민학교를 추가로 지정해 혁신학교의 발전적 형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지난 13일 밝힌 종합계획에 따르면 민주시민학교는 포용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성숙한 민주시민 양성이 목표이고, 이를 위해 현 교육과정이 민주시민 양성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진단해 시민교육 핵심과목을 육성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교육과정에 민주시민교육 요소를 강화하고 학교 주요 의사결정에 학생·교직원·학부모가 참여해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제도화하는 등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에 대해 "지식 중심 교육에 치중해 학생들의 시민적 자질을 키우는 것에 소홀했다"며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참여를 통해 생활 속 민주주의를 확산해 학교 현장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공개된 교육부의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에 따르면 기존 혁신학교은 2016년 고교생 기초학력 미달 비율(11.9%)이 전국 평균(4.5%) 3배에 달할 정도의 낮은 학업 성취도로 학부모들이 기피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혁신학교의 '보통 학력' 이상 비율(59.6%)은 전국 평균(82.8%) 4분의 3에도 미치지 못했고, 하위권 기초학력 비율(28.5%)은 전국 평균(12.7%)의 2배 이상이었다.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1월10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한겨레신문 주최로 열린 제1회 '2018 학교민주시민교육 포럼'에 참석해 축사했다. 사진은 국민의례하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과 유은혜 부총리./사진=교육부

충북 제천고를 비롯해 서울 강남구 중산고·송례중에서는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해 무산시켰고, 최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입주자들은 서울시교육청이 단지 내 학교 3곳(가락초·해누리초·중) 모두 혁신학교로 지정하려 하자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학교의 전국적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했으나 현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국회 교육위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교육부 직원 자녀 고등학교 재학 현황'에 따르면 현재 혁신학교를 다니는 교육부 공무원 자녀는 1명에 불과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경기·인천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4급이상 공무원 자녀 재학·졸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혁신학교 시행 후 교육청별 4급이상 공무원 자녀 32명 중 혁신고에 다녔거나 다니는 자녀는 1명으로 확인됐다.

혁신학교 확대에 앞장서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30일 혁신학교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언급되는 인헌고를 방문했지만, 정작 현장에서 학부모들의 '기초학력 향상'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모 고교 교장은 "고질적인 학력 저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혁신학교·민주시민학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은 대입 경쟁력을 기준으로 보기 마련이고 이번 헬리오시티의 경우 혁신학교가 싫어서 입주했다는 학부모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학교에서도 충분히 토론식 참여형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혁신학교 대부분이 일반 학교에 비해 현저한 학력 저하가 있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경쟁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는 시험이 아니라 기초가 안 되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한 시험인 '학업성취도 평가' 구간은 보통학력 이상·기초학력·기초학력 미달로 나뉜다.

정상적인 교육 대열에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탈락한 아이들(기초학력 미달)을 보듬고 평등한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정자들은 최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감과 교육청 관계자들이) 본인들 자녀는 보내지 않고 교육 환경이 불안정한 곳에 혁신학교를 '밀어넣기'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소리높여 비판했다.

계속해서 드러나는 진보교육(?)의 민낯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