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문씨, 형제 현준 현상 상대 법정소송 또 제기, '집착' 내려놓아야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암투병중인 조석래회장은 지난해 둘째 아들 조현문 전 효성부사장 집을 찾았다. 국세청 조사가 본격화하는 와중에서 둘째가 계열사들의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이고, 홍보대행사를 통해 가족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흘리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은 후였다. 조회장은 뭔가 오해를 풀고자 사랑하는 둘째자식의 집을 직접 찾아나섰던 터였다.

첫 번째 둘째아들 집을 찾은 조회장은 발길을 돌렸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도 ‘문전박대’를 당했다. 조회장과 부인 송광자여사는 진실로 침통했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노구의 회장은 한숨을 쉬면서 뒤돌아섰다. 조회장과 송광자여사는 미국 하버드대학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 자격을 따온 둘째에 대해서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애지중지했다. 그룹경영에도 일찌감치 참여시켜 부사장까지 맡게 했다. 주식도 현문씨 등 3형제에게 7%대를 골고루 증여하면서 경영수업도 시켰다.

조석래회장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심각한 ‘외풍’에 시달리면서 무척 쇠약해졌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국세청에서 효성그룹에 대해 대규모 특별세무조사를 벌인데 이어 검찰에서 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전개했다. 검찰은 98년 외환위기 직후 종합상사의 부실을 10여년이상 분식회계했다면서 조석래회장에 대해 배임 횡령 탈세혐의로 기소했다. 현재 세 번째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조회장은 지난 수십년간 재계리더로서 사업보국등의 경영이념과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전경련 부회장을 거쳐 이명박정부 시절 전경련회장을 맡아 재계와 정부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했다. 규제완화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매진했다. 한일경제인협회장과 한미재계회의회장을 맡아 독도문제와 위안부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노무현정부시절 반미노선으로 한미관계가 삐걱거릴 때마다 막후에서 조율을 해서 양국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룹경영도 수성에 성공했다. 선친 만우 조홍제회장으로부터 효성을 물려받은 후 정도경영과 돌다리도 두드릴 정도의 내실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2000년대들어 세계최대의 타이어코드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등 공격경영으로 그룹의 사세로 키웠다. 타이어코드지, 나일론, 스판덱스부문에선 세계최고수준의 위상을 확보했다. 그런 조회장에게 느닷없는 탈세와 배임 횡령 등의 국세청 조사와 검찰 수사, 그리고 재판은 감당할 수 없는 환란이자 고통이었다. 명예를 생명처렴 여겨온 조석래회장은 감당할 수 없는 시련에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조회장은 이런 곤고함을 당하면서 담낭암이 발견돼 암투병을 했다. 여기에 부정맥까지 재발해 간밤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엔 전립선암까지 발견돼 설상가상의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80세의 재계원로가 힘겹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 셈이다. 중병에 시달리는 조회장은 요즘 매주 한번씩 재판받으러 법정에 간다. 재판정에 갈 때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6시까지 파김치가 되도록 심리를 받고 있다.

조회장은 둘째가 병문안을 한번도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 현문씨는 조회장이 자신의 집을 방문했을 때 문전박대한 것도 모자라,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중인 조회장을 한번도 찾지 않았다고 한다. 기자는 "설마 그럴 리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룹고위관계자는 “둘째가 병문안 오지 않은 것은 팩트”라고 확인해줬다.

둘째 현문씨가 이번엔 형과 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다시금 효성가의 형제의 분란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효성그룹의 부동산 관리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이 부실기업 지원과 인수등으로 각각 100억원과 수십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현문씨는 이들 계열사의 대표인 최모씨를 상대로 배임과 횡령혐의로 고발했다. 이들 계열사들은 첫째 조현준사장과 셋째 조현상 부사장이 각각 대주주로 있다. 둘째가 형제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셈.

   
▲ 효성그룹 로고
이번 고발건은 지난해 현문씨가 이들 계열사를 대상으로 회계장부 열람소송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했다가 대부분 패소하고, 일부 승소하면서 마무리된 것을 다시금 들춰낸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조현문씨가 그룹경영을 장기간 해왔다는 점에서 그가 떠난 시점이후만의 장부를 볼 것을 판결했다.

현문씨는 당초 이들 계열사들의 장부를 10권을 볼 것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장부수를 대폭 줄였다. 기간도 그가 떠난 후의 1년치만 보도록 조정했다. 현문씨로선 극히 일부 승소에 그친 사건이었다. 이번에 형과 동생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소송전을 벌인 것은 뭔가작심한 것으로 보인다. 형제간에는 이미 화해할 수 없는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조석래 효성회장이 심각한 시련기를 보내고 있다. 탈세및 배임 횡령혐의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 담낭암과 전립선암, 부정맥등으로 암투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둘째 현문씨가 형제인 현준 현상씨를 대상으로 법정소송을 제기한 것도 조회장을 침통하게 만들고 있다.

효성은 둘째의 소송러시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조현문씨가 근 10여년을 계열사 경영에 참여했고, 지난해 초 변호사에 전념하기위해 그룹을 떠나면서 그룹이 잘되길 바란다는 이메일까지 임직원들에게 보냈기 때문이다.

그가 그룹에서 떠난 후 효성과 부친 조석래회장, 형제인 조현준사장 조현상부사장은 창사이래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다. 그룹에선 그가 뭔가 제보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현문씨측은 관계기관 제보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워낙 달라 정확한 진실에 대해서 외부인들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룹에선 둘째에 대해서 리더십과 경영능력이 문제였다고 보고 있다. 정상적인 마케팅활동등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등 ‘비정상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조회장도 그런 둘째에 대해 점점 기대를 접었다는 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현문씨가 그룹에서 떠난 후에 보인 행태도 석연치 않았다. 부친에게 물려받은 효성주식 7.1%를 조회장과 상의없이 매각해 수천억원의 차익을 챙긴 것. 그가 보유한 지분은 다른 두 형제와 비슷한 규모라는 점에서 그룹경영권 안정차원에서 조회장의 동의가 필수적이었다. 그런 과정도 생략한채 매각해버려 조회장과 형제들을 당혹케 했다. 

효성은 현문씨가 이번에 또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보고 있다. 경영능력 부족으로 그룹경영에서 배제된 후에 앙심을 품고 형제들을 괴롭히려는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문씨측은 그룹측의 설명에 대해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현문씨는 경영에 참여할 때 그룹의 문제점에 대해 부친과 형제들에게 쓴소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대로 경영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식의 경고사인을 줬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런 충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효성가의 형제간 분쟁을 보는 것은 마뜩찮다. 오너패밀리들의 분쟁과 갈등은 항상 돈과 관련되기에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재벌가의 전쟁(錢爭)은 으레 이면엔 돈과 경영권 문제가 내재돼 있다.

둘째 현문씨는 고민해봐야 한다. 지금 효성그룹과 부친 조회장, 그리고 형제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집안이 어려울 땐 갈등을 접고, 화합하는 게 인륜지상정이다. 어려울 때 분란을 부채질하는 자식들에 대해선 예나 지금이나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패륜 불효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공자는 <논어>에서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했다. 행여 자식이 부친을 어렵게 하는 불효를 하는 경우는 없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더구나 부친은 심각한 암투병을 진행중이다. 설상가상으로 힘겨운 법정소송도 진행중이다.

국내외 경영환경은 지극히 어렵다. 글로벌 경쟁력강화와 수익성제고, 신수종사업을 위해 투자와 고용에 집중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오너 패밀리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이런 때 그룹을 어렵게 하고, 집안의 분란을 초래하는 게 타당한지는 되돌아봐야 한다.

재계에서 형제의 난을 제기한 사람들을 보면 말로가 좋지 않았다. 두산의 박용오 전회장은 형제들을 대상으로 싸움을 벌였다가 그룹에서 퇴출되고, 본인도 불행하게 인생을 마감했다. 삼성가 이맹희씨도 동생에게 공연히 소송을 벌였다가 망신만 당했다. 그의 아들도 지금 큰 시련을 겪고 있다.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반기업정서만 부추긴다.

현문씨는 그룹에서 나갈 때 보유주식 매각 등으로 수천억원을 확보했다. 하버드대학 로스쿨 출신으로 변호사로서도 전도유망하다. 그는 10여년간 그룹에서 핵심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그룹경영은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떠난 후에 그룹의 등에 칼을 꽂는 듯한 행태로 오해받을 수 있는 것은 자제하는 게 좋다. ‘집착’을 다 내려놓으면 된다. 그게 가화만사성이요, 수신제가이다. 노구에 암투병하고, 재판받는 부친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