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오늘(15일) 밤 SBS TV에서는 주말드라마 방영까지 포기하고 축구 중계를 긴급 편성했다. 그런데 한국 축구대표팀의 A매치 중계가 아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맞붙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 결승 2차전(오후 9시30분 경기 시작)을 중계 방송한다.

열성 축구팬이 아니면 대회 이름도 생소한 스즈키컵. 세계적 유명 스타가 있는 팀도 아닌, 아시아에서도 축구 변방에 속하는 동남아시아의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경기.

그럼에도 국내 지상파 TV에서 중계방송까지 하는 이유. 단 하나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바로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1차전은 케이블 채널 SBS스포츠에서 중계방송했는데 시청률이 4.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나 나왔다. 올해 케이블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방송된 모든 경기 중계 가운데 최고 시청률이었다. 그만큼 박항서호 베트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기에 과감하게 SBS가 지상파 중계를 결정한 것이다.

   
▲ 사진=스즈키컵 공식 홈페이지


박항서 감독은 스타 출신이거나 차범근 전 감독 정도의 유명세를 갖고 있는가.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에서 히딩크 감독을 코치로서 보좌해 많이 알려진 편이고 여러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긴 했지만 '스타 감독'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박항서 매직'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A대표팀,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겸직)으로 부임했을 때만 해도 국내 축구팬들은 '그렇구나' 했다. 올해 1월 박 감독이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기적을 일궈낼 때는 '오~ 그래?' 정도 반응이 나왔다. 한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이 일본까지 물리치며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4강까지 오르자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이 또?'라는 반응과 함께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이렇게 박항서 매직 시즌 1, 2가 진행되는 동안 베트남은 축구 열기에 흠뻑 빠졌다. 베트남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전국 곳곳의 거리는 붉게 물들었다. 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진 대로 베트남의 분위기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의 응원 열기를 다시 보는 듯했다.

그리고 박항서 매직 시즌 3가 대미를 앞두고 있다. 베트남은 스즈키컵에서 2008년 한 차례만 우승을 맛봤다.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을 앞세워 10년 만의 정상 도전에 나섰고 승승장구하며 이제 우승 문턱까지 왔다.

베트남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3승1무(조 1위)로 통과하고 준결승에서 필리핀을 원정, 홈경기에서 잇따라 2-1로 물리치자 베트남과 한국에서 '박항서 신드롬'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11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결승 1차전에서 베트남은 2-2로 비겼다. 오늘 홈경기로 2차전을 갖는데 0-0 또는 1-1로 비기기만 해도 원정 다득점으로 인해 베트남이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베트남은 올해 마지막 축구 축제를 즐길 준비가 끝났다. 경기가 열리는 하노이의 마딘 스타디움은 4만석이 예매 시작과 함께 매진됐고, 암표가 고가가 거래되지만 없어서 못팔고 있다. 대규모 거리 응원전은 최종판이 펼쳐질 것이다.

국내 축구팬들은 지상파 TV 중계를 지켜보며 박항서 감독을 응원하면서 베트남의 달라진 축구 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 상당수 매체들이 이 역사적 현장을 전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취재진을 급파하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 스즈키컵 우승을 안긴다면 영웅을 넘어 거의 축구신(神)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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