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이제 국내에서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박항서 감독이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사령탑(23세 이하 대표팀 포함)으로 부임한 후 기적같은 행보를 이어오더니 그 정점을 스즈키컵에서 찍었다. 지난 15일 끝난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에서 베트남이 우승을 차지했다.

동남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이 우승한 것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박항서 감독이 일궈낸 위대한 업적이다. 이미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과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으로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써왔던 박항서 감독이다. 숙원이었던 스즈키컵 우승으로 베트남은 또다시 축구열기로 붉게 타올랐고,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하늘을 뚫었다.

베트남발(發) 박항서 신드롬은 국내에도 옮겨붙었다. 15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은 지상파 TV SBS에서 주말드라마까지 결방하며 중계방송했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베트남의 우승 확정 후 박항서 감독이 기뻐하며 선수들과 얼싸안는 장면을 안방에서 지켜본 축구팬들은 한국이 우승한 것처럼 함께 기뻐했다.

   
▲ 사진=스즈키컵 홈페이지


박항서 감독이 전해준 감동. 단순히 아시아 축구 변방국 베트남을 동남아 최강자 자리에 올려놓은 것뿐만이 아니었다. 우승 후 박 감독이 보여준 행보에서 그가 왜 진정한 영웅 대접을 받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박 감독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스즈키컵 우승을 성원해준 베트남 팬들에게 바친다"는 우승 소감과 함께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달라"는 말을 했다. 대단한 민간 외교사절이 아닐 수 없다.

우승 다음날인 16일 박항서 감독은 국내 취재진과 따로 간담회 자리도 가졌다. 그는 자신을 '영웅'으로 평가하는 데 대해 "나는 영웅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결실에서 보람을 찾는 평범한 지도자일뿐"이라고 몸을 낮춘 박 감독은 우승의 기쁨을 즐길 틈도 없이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 걱정부터 했다. 겸손의 미덕을 갖춘 대단한 지도자가 아닐 수 없다.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행동도 중요하다. 박항서 감독이 스즈키컵 우승으로 받게 될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의 보너스를 베트남의 축구발전과 불우이웃 돕기에 써달라며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돌려줄 줄 아는 대단한 휴머니스트가 아닐 수 없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을 맡은 후 선수들을 아버지처럼 챙기는 '파파 리더십'이 줄곧 화제가 됐다. 좋은 지도자 인상이 심어졌다. 베트남 축구 역사를 빛낼 놀라운 성과를 내며 새로운 기록도 잇따라 썼다. 능력있는 지도자로 확실한 인정을 받게 됐다.

그리고 우승 감독이 된 후에도 박 감독은 감동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영웅 외에 달리 어떤 표현이 어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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