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심석희가 법정에서 조재범 코치에게 폭행 당할 당시의 공포스러웠던 상황과 가족까지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후유증을 눈물로 호소했다. 폭행 가해자인 조재범 코치는 후회하고 반성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는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했다. 조재범 코치로부터 폭행 당한 피해 사실에 대해 의견 진술을 하기 위해서였다.

심석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았던 지난 1월16일 진천선수촌에서 조 코치에게 폭행을 당했다. 심석희가 선수촌에서 이탈하면서 조 코치의 폭행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조 코치는 이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수감 중이다. 심석희 측은 형량이 적다며 항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심석희가 이날 공판에 출석한 것이다. 

   
▲ 사진='더팩트' 제공


심석희는 "피고인과 마주친다는 두려움 때문에 여기 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도 진실이 뭔지 말씀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심석희가 밝힌 구체적인 피해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상습적으로 (조 코치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4학년 때는 아이스하키 채로 폭행을 당해 손가락 뼈가 골절되는 일이 있었다", "중학생이 된 뒤엔 라커룸으로 끌고 가서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평창 올림픽을 20일 남겨둔 시점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주먹과 발로 신체 여러 부위, 특히 머리를 집중적으로 폭행당해 뇌진탕 상해를 입었다".

심석희는 폭행 후유증을 심각하게 겪었고, 가족까지 고통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고향(강릉)에서 열린 올림픽 경기에서 레이스 중 의식을 잃고 넘어져 꿈을 이루지 못했다(심석희는 평창올림픽에서 주종목인 여자 1500m 예선 도중 별다른 신체접촉이나 충돌이 없었는데 혼자 넘어져 탈락했다)", "내성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공포성 불안 장애, 수면 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심석희가 용기를 내 법정에서 힘겹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이유는 분명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이날 법정에서는 심석희가 미리 보낸 탄원서도 공개됐다. 탄원서에는 조 코치가 심석희의 경기력을 떨어트리기 위해 스케이트날을 조정하고, 다른 선수를 밀어주도록 강요하고 폭행했다는 주장 등이 담겨 있었다.

한편, 조재범 코치는 최후 진술을 통해 "구치소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고 후회가 된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제자였던 심석희에 대해서는 "심석희가 날 원망하고 미워하는 심정을 이해한다. 심석희 눈 앞에 절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반성하고 살겠다"고 말했다.

조재범 코치에 대한 2심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4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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