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개정안 확정땐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맞물려 노무리스크 폭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고용노동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속도 조절' 지시에도 20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지으면서 이와 맞물린 '3대 노동쇼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4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시급 환산 기준시간에 모든 유급휴일을 포함하게 된다.

시행령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경우, 실제 근로시간을 비롯해 법정 주휴시간 및 노사가 약정한 휴일(토요일)도 기준시간에 넣게 되어 연봉 5000만 원 이상 고액 연봉자라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10월12일 대법원 확정 판결과도 배치되어 위헌 소지가 크고, 연 5000만원 이상의 고임금 근로자도 최저임금 수혜자로 만들어 '약자 보호'라는 최저임금법 취지에 위배된다.

관건은 강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일수록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라 임금 수준을 밀어올리기 쉬워져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뿐더러, 당초의 최저임금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시킨다는 점이다.

경영계는 이번 시행령 개정과 함께 기존 예정되어 있는 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 주 52시간제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 종료와 맞물려 노무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월 16.4% 인상에 내년 10.9% 인상이 더해지면 최저임금은 2년만에 29.1% 오르게 된다.

정부와 국회가 지난 6월 산입범위를 확대했지만 확대 혜택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최저임금의 충격을 그대로 받아야 하고, 대기업·중견기업 등은 노조 동의 없이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어 범위 확대 효과를 보지 못한다.

앞서 문 대통령은 11일 고용부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실태조사를 지시했고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도 "정부가 산업계 애로사항을 들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고용부는 행정지도 관행을 내세우며 시행령 개정을 강행했다.

이에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고용부에 대해 "나라 경제가 망하든 말든 대통령과 대법원이 뭐라고 하든 말든 눈치도 없고 요령도 없다"며 "근본도 없는 배짱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킨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후 근로기준정책과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경총·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영계 17개 단체는 18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기업들이 범법자로 내몰리게 될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함께 정부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는 무력감까지 느낀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르는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도 이달 말 종료되면서 열흘뒤인 내년 1월1일부터 주 52시간을 위반한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벌금 20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에 대한 보완조치로 입법하려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 후 마련될 예정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나선 노동계 입장을 감안하면, 단위기간 확대 또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시 저소득층의 근로시간과 임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법제처의 시행령 개정안 심사에서 법적 타당성이 신중하게 검토될지 주목된다.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확정 통과되면 저임금 근로자 일자리가 없어져버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방비인 기업들은 인건비 폭탄에 짓눌려 줄줄이 주저앉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총은 성명서를 통해 "기업들이 생존 여부까지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경제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