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발효…국내외서 가입 촉구
정부 내 신중론으로 결정 연기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영토를 넓힐 수 있다고 평가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발효가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내 가입이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그간 국내외에서 한국이 CPTPP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수차례 제기됐다.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보호무역이 유지 또는 강화될 가능성이 현저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NATO에서 USMCA로 명칭이 바뀐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전문가와 무역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한 토론회를 열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도 지난 3월 CPTPP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근에는 제프리 쇼트 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이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조찬 강연에서 "CPTPP는 한국에 굉장한 혜택을 줄 수 있으며, 한국이 가입할 경우 회원국들과 폭넓은 교역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프리 쇼트 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사진=연합뉴스


그는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무역 테이블에서 협상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면서 "한국의 잠재적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자무역은 경제블록 뿐만 아니라 정치적 동반자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CPTPP 가입이 한국의 외교 역량 증가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장점이 있어 당초 정부는 올 상반기에 가입 의사를 표명하고 하반기에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고 했으나, 지난 10월 올해 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정부 내에서 '조건을 보자'는 신중론이 퍼진 탓으로, 정부는 협정 발효 시점에 별도로 메세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한국이 CPTPP 회원국 상당수와 이미 FTA를 체결한 것과, 대일본 무역적자 심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발생하면 USMCA를 활용하는데 유리하게 되며,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 등 메르코수르 국가들과의 무역협정(TA) 협상과 더해지면 아메리카 대륙 대부분과 FTA를 맺게 된다는 점에서 실익이 없다는 주장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 10월10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전문가·무역업계 대토론회'에서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무역협회


또한 보호무역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면서 일본과의 FTA를 꺼리는 것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이 늘어나고 협정이 발효되면 가입 조건 역시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협상 대상자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한국 때문에 이미 만들어진 규정이 수정되는 것보다는 한국이 그에 맞출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발효가 빠르게 진행된 것이 부처들의 입장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보지만, 공청회·간담회·포럼 등 경제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무대가 몇 차례 열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CPTPP는 일본·멕시코·캐나다·뉴질랜드·싱가포르·호주 등 6개국이 협정 비준 절차를 완료하면서 공식 출범하게 됐다. 또한 베트남·말레이시아·페루·칠레·브루나이 등이 가입 절차를 밟고 있으며, 영국과 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가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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