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정당 살아남으려고…” 노골적 비판 공세
“한국당, 지지율 올라 아쉬울 것 없다” 분석도
[미디어펜=김동준 기자]선거제 개편에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던 자유한국당이 이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해를 거론하며 공세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 지지율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확신이 이 같은 입장 변화의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시스템·정치개혁 소위원장인 최병길 비대위원은 지난 20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현행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아울러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국민 대표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고도 주장했다.

최 비대위원은 “한국당으로서도 현 제도보다 연동형제가 의원 수 측면에서 더 유리하지만, 대통령제하에서는 제1야당으로서 선택할 수 없는 제도”라며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정권 확보를 포기한 채 의원 수 늘리기와 교섭단체 구성이 목표일 수 있지만, 솔직히 더불어민주당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6·13 지방선거 당시) 소선거구 연동형 전국구 비례대표제였을 경우 민주당 218석, 한국당 85석, 바른미래당 24석, 정의당 27석인데, 특이한 점은 민주당은 59석의 초과 의석이 발생하고,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지역구 의석 없이 비례대표 의석만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비례대표만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게 국민이 원하는 대표성 확보책인가”라고 꼬집었다.

사견임을 전제한 최 비대위원의 이날 발언은 한국당 내에서 나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비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을 때 의원정수가 무한정 확대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고 언급했고, 정유섭 의원은 아예 노골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민심 그대로의 선거, 사표를 방지하고 승자독식을 없애는 제도’라고 하지만 속내는 군소정당이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경태 의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정당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장하는 것인지 고백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극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결국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는 지지율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이론적으로 거대 정당이 의석 확보에 있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시절에는 한국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놓고 눈치를 봤겠지만, 이제는 아닐 것”이라며 “지금의 한국당이라면 아쉬울 게 없다”고 평했다.

   
▲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최병길 비대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우측은 우경수 비대위원./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