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원 비율 높이기 위한 공적연금 투자는 무리수
여성 차별 원치 않는다면 여성 우대 혜택 적당히 해야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여성가족부가 지난 20일 민간기업의 여성 임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여성 임원의 비율이 높은 기업에 공적연금 투자를 많이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가부 특성상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관심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공적 자금을 빌미로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하겠다는 발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인사로 인해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인사 기준으로 삼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거다. 중요한 것은 성별이 아닌 ‘실력’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실력의 기준은 기업이 정하는 것이지 여가부가 나서서 목소리를 높일 일이 아니다. 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대를 받는 일도 없어야 한다. 

물론 인류 역사에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여전히 여성 인권이 바닥인 나라도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옆 나라 북한의 여성에게는 인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1948년 5월 10일 처음 총선거가 이루어지던 그날, 여성에게도 똑같은 투표권이 주어졌다. 다른 나라 여성들이 투표권을 얻기 위해 지난한 고통을 치러야 했던 것에 비하면 거저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투표권을 얻었다고 해서 여성 인권이 단숨에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조선에서부터 내려온 ‘남아선호사상’이라는 뿌리 깊은 관습 탓에 여성이 설 자리는 좁았고, 여전히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은 세간의 화제가 되곤 한다. 중요한 것은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한 부침 끝에 남녀불문 당당히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시대가 왔음에도 여성들의 목소리는 달라진 것이 없다. 되레 여성할당제로 인해 여자가 우대 받는 분야가 적지 않음에도 그렇다. 

그리고 일부 여성들의 수구적인 태도는 ‘남녀 갈등’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은 정부가 여성을 위한 정책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여가부까지 나서 ‘여성친화기업’에 공적 연금을 더 많이 투입하겠다고 나선 것은 남녀 갈등에 불을 지피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가 갈등을 진화에도 모자랄 상황에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거다.

임원을 여성으로 할 것인지 남성으로 할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기업이 정해야 할 몫이다. 기업 입장에선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될 사람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 물론 일과 육아의 양립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기혼 여성의 고민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 하지만 그것은 엄밀히 보자면 개인의 사정에 불과하다. 사정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사정을 봐줄지 말지는 개인의 능력 여부와, 회사의 배려에 달린 것이지 강제할 사안이 아니다.

더욱이 민간 기업의 인사에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 하는 것은 명백한 시장 개입이다. 물론 여가부는 여성친화기업에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지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의 그런 제스처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성별과 관계없이 실력으로 겨루는 사회가 공정한 것이지 여성 우대만을 위한 정부는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여성 혜택이라는 권리를 누리게 하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다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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