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실책 등 ‘외부요인’으로 지지율 상승
한국당 기저에 있는 고정 지지율의 회복세라는 분석도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지난 ‘최순실 사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점차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기존의 고정 지지층이 다시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에서부터 외부요인이 작용했다는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7~21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p) 조사해 2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당은 전주 대비 1.3%p 오른 25.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11월 4주차(26.4%)에 이어 또다시 25% 선을 돌파한 것. 2016년 당시 한 자릿수로 떨어졌던 지지율에 비하면 사실상 정상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다만 앞서 한국당은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의 지지율이 하락 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반등이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 특히 위기의 한국당호를 수습하고자 꾸려진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는 출범 초반까지만 해도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정의당과 지지율 순위 다툼을 벌이는 모습도 연출했다.

한국당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못한 것은 계파 갈등 양상이 대중에게 노출된 게 대표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친박(친 박근혜)과 비박(비 박근혜) 간 정쟁 구도가 결국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계파 구도 타파를 외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제는 기류가 달라졌다. 그럼에도 한국당 지도부는 자화자찬 하지는 못하는 듯 보인다.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이 당내 혁신의 결과물이라기보다 외부요인에 의한 반사효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은 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거의 끌어올린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한국당 지도부의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당이 잘해서 지지율이 올랐다기보다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기대감을 갖던 사람들이 실망했기 때문”이라며 “합리적 보수층이 그동안 의견을 표명하지 않다가 이제는 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라고 풀이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와 안보 등 각 분야에서의 실책이 한국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논리다.

한편에서는 한국당의 잠재 지지율이 자연스레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란 해석도 공존한다. 이러한 해석의 배경에는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치러진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한국당이 총 87석의 의석 중 24명(약 27.6%)의 당선인을 낸 점이 제시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한국당 기저에는 28% 정도의 지지율이 있다고 보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내후년 총선까지 한국당의 지지율에 영향을 끼칠 요인으로 다가올 전당대회와 문재인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 등을 꼽았다. 또 4월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만료된다는 점을 싸고 계파 간 셈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내년 2월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친박이 느낄 위기감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고, 4월 박 전 대통령 구속기간이 만료가 될 텐데 동정여론이 어느 정도나 이느냐, 거기에 친박이 얼마나 편승하느냐가 한국당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한국당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부분은 현 정권의 지지율이 빠지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황 평론가 역시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적이 좋지 않고, 적폐청산 기류에 고개를 숙이던 사람들이 고개를 들면서 정권의 중간평가적 성격인 총선에 앞서 야당에 힘을 더 실어줄 것”이라며 “남북·미북 간 한반도를 둘러싼 비핵화 프레임이 어떻게 풀려가느냐에 따라 보수층 지지자들이 극렬한 저항단계에 들어갈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문제가 제대로 정리가 안 된다면 보수 우파 야권은 여전히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한국당 지지율 악화의 요인으로 지적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