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판문점과 싱가포르, 평양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미‧북 정상회담, 9.19 남북 정상회담을 치른 ‘빅 이벤트’의 2018년이 저물어간다. 한반도 분단 70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세기의 만남’이라 불릴 만했고, 남북 정상도 세차례 회담을 가지면서 관계 개선에서 대변혁을 불러온 것이 사실이다.

청와대가 올 한해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첫번째 성과로 꼽은 것처럼 올해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은 사라졌다. 실제로 비무장지대에서 남북이 모두 GP를 철수시켰고, 개성에 남북 간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설해 상시 소통하고 있으며, 철도‧도로를 연결하는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불과 1년 전인 2017년 말까지 최고조로 치닫던 전쟁 위협을 생각해볼 때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북한의 비핵화 추진이 실무협상 단계에서 진전되지 못하면서 9월 평양정상회담 때 약속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올해 안에 성사시키지 못하고 내년 과제로 넘기게 됐다. 

남북화해 무드는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단 파견을 밝히면서 시작됐고, 곧바로 2월 자신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을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시켰다. 이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비핵화 추진을 약속했다. 이때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도 구체적으로 성명에 담을 수 있었다.

올 상반기를 넘기고 하반기를 맞으면서 한때 연내 종전선언에 파란불이 켜졌던 이유이다. 하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종전선언에 대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은 종전선언과 함께 제재완화까지 주장하면서 핵개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도 시작은 했지만 중단한 상태이며,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약속한 영변핵개발 시설 폐기 및 검증은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내세워 불확실성으로 남겼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약속했던 종전선언을 이행하지 않았다. 북한에 핵신고 리스트 제출 등을 요구하면서 지금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여유를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김정은‧김여정에 이어 북한의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강수를 뒀다. 

구체적으로 각 선언을 통해 남북 간 또, 북미 간 진전된 것을 살펴보면, 먼저 남북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지난 14일 개성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설했고,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개최했으며, 비무장지대 안에 GP를 모두 철수했고,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 개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남북은 오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력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도 개최한다.

북미 정상이 지난 6월12일 발표한 공동성명인 센토사선언에 따라 이행된 것은 4조의 북한은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의 즉각적인 송환이었다. 1조 새로운 관계 수립이나 2조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정권 구축, 3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첫발도 떼지 못했다.

북미 간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남북이 이행하기로 약속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물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의 독자제재는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발목이 잡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이를 반영하듯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무산되는 순간까지도 문재인정부는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성적표가 초라한 만큼 자칫 해를 넘기면서 비핵화의 추동력을 잃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말 바꾸기’를 해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대외적으로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19일 2018년을 회고하는 기사인 ‘격동의 해 2018년을 더듬어(3)-나라와 민족의 이익을 위한 국제적 환경 조성’ 제목의 기사에서 “앞으로 큰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국제정세가 격랑 속에 흔들린다고 해도 판문점을 기점으로 하는 새로운 역사의 흐름이 역전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이어 “국가 핵무력 완성의 대업을 성취하신 조선의 최고 영도자께서 ‘완전한 비핵화’를 이미 결단하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랬던 북한이 20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며 현재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유에 대해서도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그릇된 인식 탓”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올 한해 세번의 ‘빅 이벤트’가 치러졌지만 실질적으로 이행된 것은 남북관계 개선뿐이고 미북 간 핵심 이슈인 비핵화는 진전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미북 대화가 진전되지 못할 경우 남북관계에도 제동이 걸리는 만큼 한반도 정세는 불확실성으로 한해를 마감하게 된 것이다.

이제 종전선언과 제재완화를 조건으로 내건 북한의 비핵화는 ‘선의’로 믿어보는 차원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로드맵을 밟아나가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미가 빨리 비핵화 실무협상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장애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미국 의회를 설득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로감을 느껴 북한 문제에서 관심이 멀어질 수 있다. 또 악화된 경제 문제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갈 경우 보수의 큰 반발을 불러 남남갈등이 커질 것이다. 이럴 경우 비핵화는 커녕 북한의 핵보유만 인정해주고 한미동맹과 남북관계가 상처를 입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MDL)을 잠시 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