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급등에 더해 주휴수당 도입
환경·안전 등 기업 옥죄는 규제 여전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 됩니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

지난해 7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호프미팅'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은 건배사를 외쳤지만 이후 국내 경제는 '모두를 잘 살게 만들겠다'던 공산주의의 말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기업과 근로자들이 더불어 힘들어진 것이다.

정부는 두 차례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 급등시키면서 산업화 시절 대한민국 경제를 부상시킨 주역 중 하나인 섬유업계에 지대한 타격을 입혔다. 이들 업체들은 인건비 비중이 높아 이같은 정책 하에서는 중국이나 동남아 업체들과 경쟁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해외이전을 선택하는 업체들이 생기면서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편의점·PC방·식당·주유소 등 자영업자들의 부담 호소도 여전하다. 이들 중 일부는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직원 수를 줄이고 있으며, 휴·폐업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84.5%가 근무 중인 중소·영세기업은 막대한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짊어질 것'이라던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대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앞서 현대모비스와 대우조선해양이 최저임금 위반과 관련해 소동을 겪었으며, 빕스(CJ푸드빌)·올반(신세계푸드)·계절밥상(CJ푸드빌)·애슐리(이랜드그룹)·미스터피자(MP그룹)도 매장을 줄여나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법정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포함하되 노사 합의로 결정되는 약정휴일시간은 제외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행령에 따르면 내년 소정근로시간은 209시간으로 산정되며, 시급 8350원에 주휴수당을 합하면 실제로는 1만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행 최저임금으로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업체들에게는 사망선고와 다름없는 것이다.

   
▲ 지난해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손경식 경총 회장(왼쪽에서 세번째) 등 참석자들과 경제현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진=연합뉴스


경제계도 이번 시행령에 대해 심려의 반응을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4일 "최저임금 시급 산정시 약정휴일시간과 약정휴일수당을 함께 제외한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대법원 판결의 취지대로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되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에 비춰볼 때, 최저임금 준수 여부는 근로자가 실제 지급받는 모든 임금(분자)을 대법원이 판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실제 근로한 시간(분모)으로 나눠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총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약정유급휴일에 관한 수당(분자)과 해당 시간(분모)을 동시에 제외하기로 수정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서 경영계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저임금 산정 시 근로 제공이 없고 임금만 주는 시간을 제외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며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최장 6개월까지 자율시정기간을 부여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노조 합의 없이는 어떠한 임금체계 변경이 불가능한 기업 현실을 고려하면 책임 회피성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최근 우리 경제가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갈등 △주요 수출 상대국의 성장률 둔화 △대내적 인건비 상승 및 내수부진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특히 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인상은 비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 국내 기업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어려운 경제 현실과 선진국에 거의 없는 주휴수당, 불합리한 임금체계 및 최저임금 산정방식, 한계선상에 있는 영세․소상공인의 부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정부에서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프랑스와 미국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 규제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는 가운데 유지되고 있는 탄소배출권이나 질소산화물(NOx) 등 환경규제는 '굴뚝산업'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기업들이 이미 관련 기술개발을 꾸준히 진행한 탓에 추가적인 감축이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으로 인해 발전부문 CO2 배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의 CO2 감축 목표가 변하지 않아 결국에는 산업계의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른 개정안에는 폭염시 작업중지를 비롯한 작업중지권 확대·도급 제한·사업주 책임 강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해년 황금돼지의 해에는 대한민국이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실현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누군가의 것을 다른이에게로 전이시키거나 시장을 믿지 못한다는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는 사회주의형 정책이 아니라 각자가 자유로이 이윤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돕는 자유시장경제가 창달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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