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박항서 매직'이 시즌4 준비를 무난하게 시작했다. 우려했던 우승 후유증은 없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5일 하노이 미딘스타디움에서 북한과 평가전을 치러 1-1로 비겼다. 후반 9분 응우옌 띠엔링이 선제골을 넣었으나 후반 37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북한 정일관에게 프리킥 동점골을 허용했다.

베트남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승부를 거뒀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다.

베트남이 10년 묵은 숙원이었던 스즈키컵에서 우승 감격을 맛봤던 것이 지난 15일이었다. 내년 1월초 아시안컵이 열리기 베트남 대표팀은 우승의 기쁨을 느긋하게 즐길 틈도 없이 짧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소집돼 이날 북한전에 나섰다.

박항서 감독은 격전의 연속이었던 스즈키컵을 치르느라 체력적으로 지치고 이런저런 부상을 당했던 주전 선수들을 대부분 쉬게 하고 2진급 선수 위주로 이날 북한전을 치렀다. K리그에서도 뛰었던 23세 쯔엉이 주장 완장을 찰 정도로 베트남은 젊은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 사진=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하지만 베트남은 북한에 밀리지 않고 잘 싸웠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골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위험 지역에서 수비할 때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는 등 베트남의 젊은 선수들은 경험 부족을 드러내긴 했지만 기술이나 조직력 면에서 베트남은 북한과 대등하거나 우위였다.

역시 박항서 감독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박 감독은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도 겸직하고 있다. 올해 1월 23세 이하 아시아챔피언십 준우승(박항서 매직 시즌1),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박항서 매직 시즌2) 기적을 젊은 선수들로 일궈냈던 박항서 감독이다.

더군다나 스즈키컵 우승(박항서 매직 시즌3) 후 열흘만에 다시 A매치를 치러 비록 이기진 못했지만 1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간 데서 달라진 베트남 축구의 저력을 엿볼 수 있다. 누가 출전하든 기본적인 전력의 틀이 확실히 안정감을 갖게 됐다는 것을 북한전을 통해 보여줬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은 아시안컵에서 차원이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23세 이하 팀으로 새 역사를 썼던 U-23 챔피언십이나 아시안게임, 동남아 팀끼리 우승을 다퉜던 스즈키컵은 '아시아의 월드컵'인 아시안컵과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

베트남은 아시안컵 조별예선에서 이란, 이라크, 예멘과 같은 조에 속했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직행 티켓을 따내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상대들이다. 조 3위 가운데 상위 성적 4개팀에 들어 16강에 오르는 것조차 만만찮다.

반면, 스즈키컵 우승과 박항서 감독이 잇따라 보여준 매직으로 베트남 축구팬들의 기대감은 무한대로 커져 있다.

박항서 매직은 시즌4 무대가 될 아시안컵에서도 위력을 발휘할까. 박항서 감독은 해왔던 대로 차근차근 준비해 선수들과 함께 또 한 번 새로운 기적에 도전한다. 스즈키컵 우승 주역들을 북한전에서 쉬게 해 컨디션 회복을 도왔고, 체격과 체력이 좋은 이란 이라크 등에 맞설 대비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베트남 대표팀은 27일 카타르로 이동해 사전 캠프를 차리고 31일 필리핀과 한 차례 더 평가전을 치른 후 결전지 UAE(아랍에미리트연합)로 입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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