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조준 한일, 국교 회복 뒤 첫 군사 갈등
한미·대북관계도 불투명…민족공조 깃발 내리라
   
▲ 조우석 언론인
울울적적한 세밑이다.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이 나라에 없으니 심란한 마음 벗을 수 없는데, 이 정부의 최저임금 시행령 수정안부터 걱정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법정 최저임금은 사실상 시간당 1만 원을 넘고, 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모두가 기겁하니 경제에 드리울 파장이 벌써부터 두렵다.

주휴 시간(법정 유급휴일) 8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시간에 포함시키니 그런 상황이 빚어지는데, 그보다 더 우려되는 게 연말에 불어 닥친 동시다발의 안보환경 돌발 변수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더니 대일-대미-대북 문제가 한꺼번에 파열음을 내는 전에 없던 상황이 지금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존립을 허무는 환경 변화를 채 인지 못하는 게 지금 우리 상황이다.

냉정하게 말하자. 이 상황에 원인제공한 것은 이 정부의 아마추어적 외교안보 관리 탓이고, 구체적으로 '민족 공조', '자주 외교', '반외세' 우선주의의 깃발이 초래한 구조적 문제다. 이게 집권 3년 차로 접어드는 내년 이후에 어떤 대형 위기로 확산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유사시 미군이라면 공격했을 것"

우선 한일 갈등은 돌발변수의 등장이다. 단 그동안의 외교 갈등을 넘어 군사 문제로까지 번졌다는 점에서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어떤 임계점에 도달한 느낌이다. 기본가치를 공유한 두 우방 사이에 이 무슨 변괴란 말인가? 한일 관계 먹구름은 지난주 동해 공해상에서 우리 군함이 북한 어선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음을 우리는 익히 안다.

광개토대왕함이 마침 해상탐색용 레이더로 저공비행하는 일본 초계기를 조준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반응은 우리 상상을 초월한다.  "유사시 미군이 그런 상황을 당했다면 (한국 군함을) 공격했을 것"이라며 펄펄 뛰고 있고, 한일 관계는 사실상 끝났으니 포기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 한일관계가 외교 갈등을 넘어 군사 문제로까지 번졌다는 점은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출렁대는 대일-대미-대북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정말 큰일이 터질 수도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국제무대에서조차 형식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좌)청와대 제공,(우)연합뉴스

한국 언론은 일본의 과민반응을 지적하지만, 그건 '민족감정 장사'에 불과하다. 그런 배경을 제시한 건 엄연히 우리임을 인정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 그 이전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가 그것이다. 이 두 사건이 한일관계의 근간을 흔들었다. 그래서 나는 한 달 전 사법부 발(發) 국가위기를 지적하며 한일관계 파국을 내다봤다.

"대법원이 섣부른 민족감정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판결로 역사 정의를 구현했다고 자부하겠지만, 그건 북핵 위기의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를 깨는 자해(自害)의 바보짓"이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이렇게 한일관계가 위기로 치닫지만 한미일 공조 틀 전체가 깨지는 소리로 요즘 어지럽다.

동맹주의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퇴장으로 한미 관계에도 덜컥 불연속선이 생긴 것이다. 매티스가 한미동맹의 수호자라는 걸 아는 이들은 다 안다. 그는 북핵 위기가 절정이던 지난해 12월, 트럼프가 주한미군 가족들을 대피시키려 하자 그걸 막았던 주인공이다. 그걸 북폭의 전조로 여긴 북한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이유다.

그전 트럼프가 한미FTA를 깨려던 것도 제지했다. "한국을 돕는 게 우리 자신을 돕는 일"이란 설명으로 위기를 넘겼다. 분명 그의 퇴장은 한미동맹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매티스는 북핵 협상에 회의적이었고, 한미군사훈련을 일부 중단하라는 트럼프에 반대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국은 지금 안팎 곱사등 신세

아니나 다를까? 당장 국내외 언론이 주한미국 유지비 4800억 원 증액 얘기를 꺼내고, 주한미국 감축-철수 얘기도 흘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지금 안팎 곱사등 신세다. 이 정부가 자랑했던 대북문제 갈등도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라고 말하던 대북 문제가 휘청댄다는 건 세밑 외교 안보의 총체적 위기를 재삼 말해준다.

요즘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9·19 남북군사합의를 빌미로 우리 군(軍)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난한다. 24일에는 국방부가 공개한 적도 없는 수도권 야외 기동훈련까지 꺼냈다. 그게 "적대 관계 종식을 확약한 남북 군사 합의에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우리 군이 방어용 요격미사일을 도입해도, 국방 예산을 늘려도, 그걸 평화를 깨는 행위로 내몰고 있다.

그런 군사 합의 위반 시비만도 벌써 7~8건에 달하는데, 그건 국민적 합의 없이 섣부르게 서명했던 군사합의의 독소조항 탓임을 세상이 다 안다. 1조 1항의 경우 "쌍방은 군사 훈련 및 무력 증강, 상대 정찰 문제 등에 대해 남북 군사공동위를 가동해 협의한다"고 돼 있는데, 이 조항부터 문제다.

한국은 독자 훈련이나 신무기를 도입할 때마다 북한 동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란 사실상 안보 포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문재인 정부 이후 국가 해체가 목전인 국면에서 발생한 필연적 사태 귀결이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의 말대로 올해는 '안보 참사의 해'로, 대한민국 건국 이후 비참한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무엇이 솔루션일까? 어떻게 하면 대일-대미-대북 문제가 한꺼번에 파열음을 내는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의외로 쉽다. 북한이 내건 위장평화 깃발을 민족 공조, 자주 외교 차원에서 두둔하는 태도 자체가 이 모든 갈등의 뿌리가 아닐까?

대화와 협상으로 비핵화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으로 돌아와야 상황이 풀릴 수 있다. 출렁대는 대일-대미-대북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정말 큰일이 터질 수도 있다는 우리의 경고는 그 때문이다. 그걸 지적하는 세밑, 우리 가슴은 더욱 울울적적하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