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량 무시한 대금, 계약서 없이 일 시키고 '후려치기'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계약서도 없이 하도급 대금을 후려치는 '갑질'을 했다가 108억원의 과징금을 물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조선업종에 만연해 있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대우조선에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08억원 부과와 법인 검찰 고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 2013∼2016년 27개 하도급업체에 해양플랜트나 선박 제조를 위탁하며, 작업 착수 전까지 계약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채 부당하게 적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런 행위는 이 기간 전체 계약의 절반에 달하는 1817건에서 벌어졌다.

대우조선은 작업 시작 후 빈번히 발생하는 수정·추가 공사(본계약의 30% 규모)에는 아예 '선작업·후계약' 원칙을 유지한 사실도 드러났는데, 수정·추가공사에서는 시수 산출을 위한 객관적인 '표준원단위'를 만들지도 않은 채, 그때그때 예산 사정에 따라 하도급 대금을 준 것이다.

대우조선은 시수(작업 물량을 노동 시간 단위로 변환한 것)에 임률단가를 곱해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는데, 이는 임률단가가 1만원이고 작업 물량이 '10시수'면 대금은 10만원이 되는 식이다.

하도급업체는 수정·추가공사에서는 작업량과 대금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하고, 끝난 후에야 대우조선이 작성한 정산합의서에 서명할 수 있었다.

하도급업체들은 대부분 대우조선에 일감의 100%를 의존하며, 매월 대금을 받아야 직원 월급을 겨우 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특히 대우조선이 공사 후 제시한 계약서류에는 날짜가 일부 조작돼 있었고, 업체들은 투입한 노동력에 비교해 턱없이 적은 대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수정·추가 작업시간이 인정된 비율은 20%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했다. 난도가 더 낮은 본공사의 인정 비율은 70% 이상이다.

공정위는 계약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점이 수정·추가 공사와 관련한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의 전제조건이었다고 판단했으며, 대금 산출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하도급업체에 알려지면 소송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이 부당 특약 계약을 맺은 사실도 드러났다.

총 계약금액의 3% 이내에서 수정·추가 작업이 발생하더라도 본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간주, 차액을 정산하지 않는다는 계약조건을 넣은 것.

하도급업체가 법인이라면 계약이행보증·하자보수보증 공탁금 요구와는 별개로 대표이사 개인이 연대보증을 서라는 계약조건도 설정했다.

공정위는 대표이사는 빼고 법인만 검찰 고발 대상으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 대표이사 취임 전에 위법행위가 관행화하는 등, 현재 책임을 물을 만한 자연인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다른 조선업체도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철저히 조사 중이다.

박종배 공정위 부산사무소장은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의 열악한 지위를 악용, 의도적으로 계약서면을 교부하지 않고 나중에 원사업자가 정한 조건에 합의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부당하게 깎는 갑질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이번 조사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조사 중인 다른 업체도 위법행위가 확인된다면 엄중 조치, 조선업종의 불공정하도급거래 관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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