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조항으로 처벌받았다면 재심 구제 가능

야간 시위를 금지하는 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이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렸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 대한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아 헌재와 충돌해 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0일 용산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일몰 이후까지 계속 진행한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된 시민단체 간부 서모(4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표현상 한정위헌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단순 위헌 결정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재가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한정위헌과 같은 형식을 띄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단순 위헌 결정으로 봐야한다"며 "법률상의 효력을 상실한 조항인 만큼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판결은 헌재의 결정을 그 실질에 따라 판단한 것에 불과한 것일 뿐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의 대법원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07년 5월 이후 개정된 야간시위 금지 조항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07년 5월 개정된 집시법 10조와 23조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의 시위, 이른바 '야간 시위'를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주최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정하고 있다.

서씨는 2009년 9월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전국 순회 촛불 문화제'를 해가 진 이후까지 시위를 계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1심은 서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고 2심은 "시위가 비교적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뤄졌다"며 벌금 70만원으로 감형했다.

헌재는 지난 3월 해당 조항에 대해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 부분은 직장인이나 학생의 참여를 사실상 제한해 시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현대 사회에서 일상적인 생활 범주에 속하는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를 금지할 경우 위헌"이라고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편 이 사건과 같은 쟁점으로 대법원에 계류 중인 15건의 사건과 수백여건의 하급심 사건 역시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