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환경부가 산하 8개 공공기관과 임원들의 이름, 임기, 현재상황 등이 기재된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문건을 먼저 공개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블랙리스트’ 실체가 드러났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처음 문건 작성을 부정했다가 이후 김태우 전 감찰반원의 요청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김태우 전 감찰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이었다가 징계당한 뒤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언론에 폭로한 인물이다. 

청와대도 “조국 민정수석과 4명의 민정수석실 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까지 누구도 이 자료를 보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임‧직원들의 ‘임명 시기’와 ‘사표 제출’을 분류하고 ‘반발’을 명시하는 등 최근 동향까지 작성해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문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은 26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환경부 산하기관 등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인사 등 정부측 사람들을 앉히기 위해 사퇴 종용 대상 현직 부처 임‧직원 리스트를 환경부가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상조사단 위원인 김용남 전 의원은 “환경부에서 청와대에 ‘저희가 사표 잘 받아내고 있습니다. 대선캠프에 계시던 분 저희가 일자리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라면서 보고했다고 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공식 확인된 첫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부는 처음에는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26일 늦게 입장을 바꿔 “올해 초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의 요청으로 감사담당관실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문건 작성과 청와대에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한국당이 ‘문재인정부의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환경부가 또다시 ‘김태우 수사관의 개일 일탈’로 치부하는 보도설명자료를 냈지만 문건의 내용이 이전 정부에서 임용된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의 사퇴 여부와 관련된 동향을 적은 것이어서 그 과정과 의도를 둘러싸고 진상규명을 위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환경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당시 감사관이 김 수사관의 요청을 받고 부하 직원에게 작성을 지시했고,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뒤 김 수사관이 환경부를 방문했을 때 그 문건을 포함해 3건의 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당시 제공한 자료는 △대구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관련 직무 감찰 결과 △환경부 출신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동향 등 3건이다. 

   
▲ 26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김용남 전 의원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동향’을 블랙리스트로 보고 있다. 한국당은 블랙리스트 작성 및 보고 과정에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은 “민정수석실이 환경부 산하기관 등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인사 등 정부 측 사람들을 앉히기 위해 사퇴 종용 대상 현직 부처 임·직원 리스트를 환경부가 작성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게다가 김용남 전 의원은 27일 전날 환경부가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요청으로 문건을 작성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팩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전 수사관이 청와대 특감반 직원으로 요구한 것”이라며 “그 요구에 의해 갑자기 문건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퇴 종용을 받은 사람들, 사표 제출할 사람, 반발할 사람으로 분류하고, 최근 동향까지 정리하기 때문에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문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블랙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이 사람의 동향 파악뿐만 아니라 사퇴를 시키기 위한 행위가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문건은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언론사들의 취재를 언급하며 “사퇴확인을 받았다는 연락까지는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전 의원이 전날 공개한 문건에는 한국환경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산업기술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국립생태원, 낙동강생물지원관, 환경보전협회, 상하수도협회 등 환경부 산하 8개 공공기관과 임원들의 이름, 임기, 현황 등이 기재돼 있다. 

특히 문건에는 ‘환경관리공단 외에는 특별한 동요나 반발없이 사퇴 등 진행 중’이라는 내용, ‘최근 야당의원실을 방문해 사표제출 요구에 대해 비난하고 내부 정보를 제공한다는 소문’,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본부장 임명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나, 현재는 여권인사와의 친분을 주장’. ‘새누리당 서울시 의원 출신으로 직원폭행사건으로 고발돼 재판 진행중’ 등도 적혀있다. 

한국당은 환경부가 이 문건을 작성해 지난 1월 청와대에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문건을 제보한 이가 1월15일 전후로 환경부 간부에게 문건을 직접 받았다고 들었다”며 “환경부에서 문건을 보고하면서 ‘저희가 사표 잘 받아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국 민정수석과 4명의 민정수석실 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까지 누구도 이 자료를 보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당초 문건 자체를 부정하던 환경부도 입장을 바꿔 “내부 확인을 거친 결과 김태우 전 감찰반원의 요청으로 만든 것이었다”며 “단순 정보 제공 차원이었고 장 차관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김 수사관이 텔레그램을 통해 특감반장에게 알렸고, 직접 대면보고도 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환경부 장관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고, 고발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 같은 블랙리스트 작성이 환경부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보고, 전 부처의 실태를 파악한 뒤 비슷한 사례가 밝혀지면 국정조사까지 가져가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