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26)은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한국 대표팀에서도 대체 불가 선수다. 그런 손흥민이기에 토트넘도 대표팀도 '손흥민 없이 어쩌나' 하는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손흥민은 최근 토트넘 경기에서 펄펄 날고 있다.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아스날전 골을 시작으로 24일 에버튼전 2골 1도움, 27일 본머스전 2골을 폭발시켰다. 최근 3경기 연속 골에 2경기 연속 멀티골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대단한 기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상적이라면 손흥민은 27일 본머스전에 나설 수 없었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영국이 아니라 UAE(아랍에미리트연합)여야 하고, 토트넘 유니폼 대신 국가대표 훈련복을 입고 있어야 한다.

현재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내년 1월 개막하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소집돼 지난 23일 UAE에 입성해 있으며, 기성용 등 유럽파들은 25~26일 현지 합류했다. 대표팀 엔트리 23명 가운데 손흥민을 제외한 전원이 모여 아시안컵 대비 훈련에 한창이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토트넘 홋스퍼 SNS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선발될 당시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의 합의에 의해 이번 아시안컵에는 뒤늦게 합류한다. 손흥민이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까지는 뛰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내년 1월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치르고 나서 대표팀이 있는 UAE로 향할 계획이다.

토트넘은 걱정이 한가득이다. 1월 중순부터 2월초까지 손흥민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1월 21일 풀럼, 31일 왓포드와 리그 경기, 그리고 23일 첼시와 카라바오컵(리그컵) 4강 1차전에서 손흥민은 없다. 한국이 아시안컵 결승(2월 1일)에 오른다면 손흥민은 2월 2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출전도 하지 못한다.

토트넘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최근 토트넘은 손흥민이 살아나는 것과 궤를 같이 해 놀라운 상승세다. 4위권에 머물던 성적이 쑥쑥 상승해 최근 본머스전 승리로 승점 45점을 만들며 맨체스터 시티를 제치고 2위까지 올라섰다. 1위 리버풀(승점 51)과 6점 차이며 3위로 내려간 맨시티(승점 44)에는 1점 앞서 있다.

이번 시즌 우승 도전은 힘들 것 같던 토트넘이 선두 경쟁에 뛰어들면서 프리미어리그 판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한참 승점 다툼이 치열할 시기에 손흥민이 리그 최대 3경기 뛰지 못하게 되는 것은 토트넘으로서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도 이런 점을 걱정하면서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지금의 손흥민'을 대체할 선수는 사실상 없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토트넘의 이런 상황에 대해 "아시안컵을 6월에 할 수 없을까"라는 말로 손흥민 부재가 부를 위기를 대변하기도 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 역시 손흥민이 없는 동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한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일정은 1월 7일 필리핀, 12일 키르기스스탄, 16일 중국전으로 잡혀 있다. 손흥민은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전에 나서지 못한다. 1월 14일 맨유전을 마치고 UAE로 이동한다면 16일 중국과 3차전도 정상적인 출전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손흥민이 빠진다고 해서 한국이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에 밀리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우승 후보 한국에게 이들은 두려운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목표는 우승이고 16강 이후가 중요하다. 큰 전력 손실 없이 조 1위로 예선리그를 통과해야 토너먼트 대진에서 유리할 수 있다. 손흥민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날 것이고, 자칫 한 경기라도 삐긋하게 되면 상당한 부담감을 안게 된다. 또한 손흥민도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최소한의 시간은 필요하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리그 우승 해결사로 떠올랐고, 대표팀에서는 59년 묵은 아시안컵 우승의 숙원을 풀어줄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한다. 갈수록 치솟는 주가만큼 손흥민은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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