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올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의 참석으로 시작된 남북관계 개선의 시작은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치르고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를 약속하면서 남북관계의 미래를 연장시킨 듯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호언해온 연내 종전선언은 달성되지 못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도 해를 넘기게 됐다. 남북, 북미 관계에 변화는 있었지만 그 변화를 지속시켜줄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내년을 전망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히려 그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내에서도 이런 분석이 지배적으로 29일 미국의소리 방송은 미국의 전직 관리들을 인용해 6.12 북미정상회담의 결실에 대해 “싱가포르 회담은 비핵화 진전을 위한 돌파구가 되지 못했고, 이는 두 나라의 근본적인 이견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방송에서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김정은은 싱가포르에서 ‘제재 완화’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약속 받았다고 생각하는 등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를 뒤늦게 깨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맹비난할 가능성이 있어 이는 2019년의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는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의 전망도 나왔다.

사실상 지금까지 북한이 이행해온 비핵화 조치는 ‘동결’ 상태로도 나아가지 못했고, 심지어 미 NBC방송은 27일(현지시간) “북한이 올해 핵‧미사일 실험 도발을 하지 않은 것은 핵무기 대량생산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며, 2년 뒤에는 약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되짚어보면 올해 북한은 스스로 미국과 핵협상 국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차례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실무협상은 지지부진했고, 북한은 오히려 대화시간을 벌어 핵담판을 벌이기 위한 핵탄두를 차곡차곡 쌓아놓았을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1일 신년사에서 “핵탄두와 미사일을 대량생산해 실전 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소리 방송은 “미 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이 ‘최대 압박’ 정책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전했다. 드 포 하원 외교위 테러·비확산·무역 소위원장은 최근 의회에 제출한 발언문에서 “최대 압박 캠페인은 한국의 온건파 대통령에 의해 위험에 처한 것 같다”며 “이번에 북한에 먼저 굴복할 쪽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인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회의적인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한해를 마감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는 물론 국내 전문가들도 내년 상반기가 한반도 정세에서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피로감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서 관심을 돌릴 때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밀착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과 실무협상에서 진전을 내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에서 “서두를 것 없다”며 속도조절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미 중국‧러시아와 관계 개선으로 경제 문제에서 한시름 던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있을 2020년 직전까지 협상 국면을 끌고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럴 경우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더 이상 중재 역할에 나설 기회를 잃게되는 것으로 그동안 정부가 공들여온 철도연결 등 남북사업도 또다시 ‘미완의 수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의역할이 ‘핵 중재’로 넘어가지 못한 결과이자 일찌감치 북한 문제에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까닭이기도 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문 대통령이 보여준 역할과 관련해 “북한과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재 역할’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어차피 노후화로 폐기했어야 하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나 김정은 위원장의 ‘말로 한 약속’만 높이 평가하는 북한의 대변인 역할은 그만 해야 한다는 야당의 지적도 있다. 이래서는 “한미동맹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크다. 

4월27일에 나온 '판문점 선언'이 비준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러자 청와대가 '9월 평양선언’ 비준안은 국회 동의없이 의결해서 논란을 일으켰던 사실은 언제든지 문재인정부에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갈 약점이 될 뿐이다.

따라서 문재인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통해 국내 문제를 풀려고 매달리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북한만 바라보는 경제정책에서 벗어나서 지금이라도 북한 문제에서나 경제 문제에서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사랑채 부근에 12월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