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수요부진 영향
전략 제각각…목표 동일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기해년 황금돼지해를 앞두고 석유화학 '슈퍼사이클'이 끝나간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석화업체들의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 화학BU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단행했다. 양 사는 그간 서울대 화학공학과 70학번 동기인 박진수 부회장과 허수영 부회장이 이끌면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바 있다.

박 부회장의 후임으로 LG화학의 선장이 된 신학철 대표는 3M 수석부회장 출신으로, LG화학의 첫 번째 외부 CEO다. 박 부회장 시절부터 사업다각화를 경영전략으로 삼았던 LG화학은 화학 비전문가인 신 대표 영입으로 이같은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남경)을 비롯해 4개국에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짓고, 김종현 전기사업본부장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배터리부문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사업 비중 확대가 예상된다. 4분기 LG화학 전기차배터리부문은 최초로 영업손실이 아닌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LG화학 대산공장(왼쪽)·롯데케미칼 울산공장/사진=각 사


롯데 화학BU는 허 부회장의 다음 타자로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김 사장의 후임으로는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을 선택했다. 김 BU장은 롯데케미칼타이탄 대표 등을 지내면서 실적개선을 이뤄낸 성과를 인정 받았다.

또한 롯데그룹의 인수합병(M&A)를 도맡아온 임 실장이 롯데케미칼 대표로 오면서 그간 현대석유화학·KP케미칼·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삼성그룹 화학계열사 등을 인수하면서 업계 1위를 다투는 회사로 발돋움한 롯데케미칼의 몸집불리기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화 화학부문은 그룹 차원에서 지원사격하는 태양광을 필두로 실적 강화에 나선다. 한화그룹은 앞서 한화큐셀코리아와 한화첨단소재를 합병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출범시켰다. 태양광 관련 신소재 사업을 준비 중인 한화첨단소재와의 사업 연관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화큐셀을 한화케미칼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분산됐던 한화큐셀 지분을 한화케미칼로 몰았다.

한화토탈은 폴리프로필렌(PP)·에틸렌·프로필렌 생산력 증대를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으며, 주력사업군을 파라자일렌(PX)와 스티렌모노머(SM) 등 기초유분에서 합성수지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 한화토탈 대산공장/사진=한화토탈


한편 슈퍼사이클이 종료된다는 주장은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에 따른 것으로,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외에도 중국 경기 침체 등이 제품 수요를 하락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지난해말부터 올해 8월까지 톤당 1300달러 선을 유지했던 에틸렌은 이번달 들어 800달러대로 떨어졌다. 미국·동남아·일본·중동·한국 등에서 물량이 쏟아진 탓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과잉 심화가 예상되고 있으며, 국내 정유사들도 납사크래커(NCC) 신·증설을 통한 생산량 확대를 예고해 에틸렌 가격 반등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독일·중국의 성장률 부진이 심상치 않고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RB)가 내년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등 세계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신성장동력 발굴 및 고부가 제품 개발을 통해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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