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8년 연말을 요란하게(?) 달궜던 시상식이 모두 끝났다. 그 중에서도 지상파 TV 3사의 연기대상은 이번에도 아쉬움을 한가득 남겼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런 시상식을 왜 연말에 장시간 전파 낭비를 하며 개최하는지 모르겠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KBS와 SBS의 연기대상이 동시에 열렸다. KBS에서는 유동근과 김명민이 공동으로 대상을 수상했고, SBS에서는 감우성과 김선아가 역시 공동으로 대상을 받았다. 하루 앞선 30일에는 MBC 연기대상이 열렸고 소지섭이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 2018년 지상파 3사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들. KBS 유동근 김명민(위), SBS 감우성 김선아(가운데), MBC 소지섭. /사진=각 방송사 연기대상 방송 캡처


솔직히 별로 감동이 없었다. 누가 대상을 받을지 3사 모두 안갯속이었다. 그렇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게 시상식을 지켜봐야 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응원하는 연기자가 큰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가졌을 것이고, 결과에 따라 희비도 갈렸을 것이다.

하지만 시상식 후 반응은 별로다. 수상자를 잘못 선정했다는 것이 아니라, 관심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지상파 드라마가 갈수록 고전인 것이 주요 원인이다. 주말드라마, 일일드라마의 고정 시청층은 아직 꽤 두터운 편이지만 특출난 화제작이 많지 않았다. 주중 미니시리즈의 경우 시청률 10%만 넘으면 대박으로 여겨진다.

과거와는 방송 환경이 달라진 탓이 크다. 케이블 TV나 종합편성 채널에서 화제의 드라마가 더 많이 제작, 방송된다. 과거 드라마가 지상파의 전유물이었던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웬만한 드라마 팬들이라면 2018년 한 해를 되돌아보며 좋아했거나 즐겨 봤던 드라마 가운데 지상파에서 방송됐던 것을 몇 편이나 꼽을까.

드라마 환경은 이렇게 바뀌었는데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은 그대로다. 아니, 수상자 선정 등 시상식 운영 면에서는 오히려 수준이 더 떨어졌다.

수상자가 더 많아졌다. 시상 부문을 쪼개 한 명이라도 더 수상대에 세우려 한다. 부문을 나눠도 섭섭한 연기자가 있을까봐 툭하면 공동 수상이다. MBC 연기대상에서는 최우수상 수상자만 10명이었다. KBS는 4년 연속 대상이 공동 수상이었고, 이번에 SBS도 대상을 공동 수상으로 장식했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좋은 드라마도 많다. 드라마 한 편 제작하는 데 제작진이나 출연진이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을 기울이는지도 잘 안다. 특히 대상 수상자들은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춘 좋은 배우들임을 인정한다.

그렇다 해도, 지금과 같은 시상식이면 '영예의 수상자'란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자사 방송 드라마에서 고생한 배우들에게 나눠주기 식으로 트로피를 남발한다. 주말 드라마 주연으로 나왔는데, 시청률 좀 나온 미니시리즈 주연이었는데, 연말 시상식에서 수장자로 호명 한 번 해주지 않으면 대접을 안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한 해 마지막날(또는 그 즈음) 연기대상을 개최하는 것이 습관처럼 됐고, 별로 감흥 없는 시상식 중계를 4시간 가까이 지루하게 하면서 연기상이 아닌 '우리 방송사 공로상' 같은 상을 남발한다.

벌써 4번째 대상을 받은 중견 연기자 유동근은 수상 소감 가운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우리 모든 연기자들의 소망이 있다. 대하드라마가 부활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전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멋진 연기도 부러웠지만, 그 드라마를 보고 의병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이젠 시청자 여러분께서 열기, 열정, 성원을 보내주시면 대하드라마가 반드시 부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도와달라. 살려달라."

진심이 느껴졌고 시사하는 바가 컸다. 지상파 드라마가 앞으로 어떤 부분에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지를 역설했다. 

하지만, 정작 이 말을 새겨들어야 하는 이들은 시청자들이 아니다. 묵직한 대하드라마, 화제의 국민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요구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상파 3사 드라마 관계자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방송 환경이 더 이상 드라마가 지상파의 전유물이 아닌 것으로 굳어졌다면, 굳이 3사가 따로 연말 귀한 시간을 할애해 각자 따로 연기대상 시상식을 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그들만의 잔치'에는 구경꾼들이 관심을 가져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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