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KB국민은행의 총파업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노사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노동조합과 사측은 파업 직전까지도 교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양보하려는 모습 없이 '파업 강행', '전 경영진 사퇴' 등의 초강수 카드만 내밀고 있어 긴장감만 팽팽해졌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라며 "KB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미래지향적 노사관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는데 연초부터 파업이라는 좌초에 놓이게 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국민은행의 부행장부터 지역영업그룹 대표 등 전 경영진 25명은 허인 국민은행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8일 예정된 파업으로 인해 영업점의 업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할 경우 경영진으로서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경영진 일괄 사표'라는 극단적 선택에도 노조의 움직임은 끄떡없다. 국민은행 노조는 오는 8일 서울 송파구 소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은행 본점과 영업점 직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일일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날 경영진의 사퇴 표명과 관련해 노조는 "경영진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데 직원과 노조는 무책임하게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인식을 심는 일종의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며 비판한 상태다.

국민은행이 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최종 결렬 이후에도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노조는 사측에 경영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00% 지급, 유니폼 폐지에 따른 피복비 100만원 지급, 전직원 페이밴드 도입 불가 및 신입 행원 페이밴드 폐지안 등이 담긴 안건을 제시했다.

이같은 안건에 사측은 성과급 300% 지급안에 대해서는 현 경기 상황에서 도저히 수용 불가능한 요구라며 거부를 표시했고, 노조는 이에 반대해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단행한 상태다.

KB금융 계열사의 경우 기존까지 금융권 노조 가운데서도 '강성 노조'로 꼽힌다. 사측이 양보하지 않은 한 노사 간 타협이 쉽지 않은 상태인데 총파업 단행 시 대고객 불편이라는 결과만 나올 것으로 보여 고객 신뢰 차원에서 매듭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업 단행 시 전문인력이 요구되는 펀드와 방카슈랑스, 상담업무가 필수인 예·적금, 대출 상담, 주택구입자금 잔금 납부, 기업금융 업무 처리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고객 불편 방지 차원에서라도 노사 간 매듭이 시급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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