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첫 경기 징크스'에 시달렸다. 약체 필리핀을 상대로 고전 끝에 간신히 이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황의조가 결승골로 한국에 첫 경기 승리를 안겼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앞서 열린 또 다른 C조 경기에서는 중국이 키르기스스탄에 2-1로 역전승했다. 한국과 중국이 나란히 먼저 1승을 챙겼다.

이날 한국은 황의조가 원톱으로 나서 황희찬 이재성 구자철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기성용과 정우영이 중원에 포진했다.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이용이 포백 수비를 맡았고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이기긴 했지만 우승을 노리는 한국으로서는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이었고, 부진한 대회 출발이었다. 

전반은 내내 경기가 꼬였다. 필리핀이 철저히 밀집수비로 나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뚫을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전반 32분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 좋은 위치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는 정우영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39분 황의조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때린 터닝슛은 상대 골키퍼 팔케스가드의 선방에 막혔다.

오히려 한국은 필리핀의 역습에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전반 40분 필리핀의 속공 상황에서 파티노가 날린 발리 슈팅은 골키퍼 김승규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골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곧바로 반격에 나선 한국은 황의조의 슛까지 연결됐으나 이번에도 또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결국 전반을 득점 없이 끝낸 한국, 후반 들어서도 답답한 흐름은 이어졌다. 와중에 기성용이 부상을 당해 후반 12분 황인범으로 교체됐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벤투 감독은 후반 18분 구자철 대신 이청용을 투입해 공격진 구성에 변화를 꾀했다.

이 선수교체가 효과를 봤다. 후반 21분 페널티 박스 우측 외곽에서 볼을 잡은 이청용이 지체 없이 오른쪽으로 파고드는 황희찬에게 패스를 내줬다. 황희찬은 골라인까지 치고 들어가 가운데 있는 황의조에게 볼을 보냈다. 황의조는 수비 한 명을 따돌리고 어려운 동작에서도 터닝슛을 강하게 날렸고, 굳게 닫혀 있던 필리핀 골문을 열었다.

선제골을 넣은 한국은 기세를 끌어올려 추가골 사냥에 나섰다. 황의조가 헤딩슛한 볼이 골문을 벗어나고, 프리킥 찬스에서 때린 강슛은 수비벽에 막혔고, 돌파에 이은 슛은 옆그물을 맞혔다. 아쉬운 장면이 잇따르며 더 이상 골은 만들어지지 않고 한 골 차 승리로 마무리됐다.

첫 경기여서인지 한국 선수들은 잦은 패스 미스로 공격 흐름이 자주 끊겼다. 체력도 아직 완전히 올라오지 않아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할 때 필리핀의 역습을 차단하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도 몇 차례 맞았다. 남은 예선리그 두 경기 키르기스스탄(12일), 중국(16일)전에서 풀어야 할 숙제를 한가득 받아든 벤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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