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큰일 날 뻔했다. 첫 경기에서 약체 필리핀을 상대로 승점 3점을 간신히 얻어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7일 열린 필리핀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점유율이 81%에 이르고, 슈팅을 16개나 쏘며 우세했던 경기에서 한국은 고작 한 골밖에 얻지 못했다. 무실점으로 이기긴 했지만 실점해도 할 말 없을, 골이나 다름없는 위기도 두 차례나 있었다. 

손흥민이 합류하지 못한 경기여서 한국이 100% 전력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필리핀을 상대로 한 골 차 승리는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깎아내렸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나마 한국대표팀을 구하고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해준 것이 황의조와 김승규, '창과 방패'의 활약이었다.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는 슛과 결승골로 말했다. 전반 한국이 득점에 가장 근접했던 장면이 두 차례 있었는데 모두 황의조의 슈팅이었다. 필리핀 골키퍼의 신들린 듯한 선방에 연이어 걸려 한국은 전반 리드를 잡는데 실패했고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후반에도 답답한 공격이 이어지던 한국에 선제골을 안긴 주인공도 역시 황의조였다. 이청용, 황희찬을 거쳐 좋은 패스가 황의조에게 연결돼 만들어진 골이었다. 물론 황희찬의 어시스트가 절묘했지만,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몸을 돌리며 어려운 자세에서도 슛을 날린 황의조의 능력이 빛난 골이었다.

이후에도 황의조는 전방을 헤집고 다니며 부지런히 슛을 날렸다. 옆그물을 때리는 등 아쉬움 속 추가골을 넣지는 못했으나 황의조는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폭스스포츠 아시아는 한국-필리핀전 후 "황의조가 없었다면 한국은 끔찍한 밤을 보냈을 것"이라며 부진했던 한국의 경기력을 꼬집으면서도 황의조를 칭찬했다.

첫 경기서 골문을 지킨 김승규는 여전히 대표팀 넘버1 수문장임을 선방쇼로 증명했다. 

   
▲ 사진=AFC 공식 홈페이지


한국은 일방적인 공세를 펼치면서도 이따금 필리핀의 기습적인 역습에 진땀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특히 파티노는 빠른 스피드와 슛 타이밍으로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전반 40분 파티노가 논스톱으로 때린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김승규가 감각적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다. 순발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실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후반 8분에도 김승규는 역습 당하는 상황에서 파티노의 결정적인 슈팅을 걷어내 한국의 실점 위기를 막았다. 만약 김승규의 선방이 없었고 한국이 선제골을 내줬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국은 키르기스스탄(12일), 중국(16일)과 조별리그 경기를 손흥민 없이 치러야 한다. 중국전을 앞두고 손흥민이 대표팀에 합류하기는 하지만 정상적으로 출전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황의조처럼 공격수들의 창은 더 예리해져야 하고, 김승규가 나가든 다른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든 방패는 더 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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